서울 면적 27% 거래 제한…원베일리·나인원한남도 '갭투자'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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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3
강남3구+용산구
토허제 확대 지정
강남 집값 급등에 '초강수'
한달 만의 번복…혼란 부추겨

정부가 19일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에 있는 아파트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 대상으로 삼는 정책을 발표해 2200개 단지, 40만 가구가 거래 제한 대상에 포함됐다. 실거주를 제외하고 이른바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원천 불가하고, 실거주자도 기초자치단체장의 허락을 받아야 매수할 수 있다. 불붙은 강남 집값을 잠재우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지만 한 달 만에 손바닥 뒤집듯 정책이 바뀌어 지역 주민의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도심 주택 공급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강남 고가아파트 신고가 행진

토지거래허가제는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에서 6㎡ 이상 집이나 땅을 거래할 때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규제다. 2년 이상 실거주할 수요자에게만 취득을 허용한다. 주택 매수자는 가구원 전원이 무주택자이거나 보유 주택을 1년 이내 모두 팔아야 한다. 투기성 거래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만큼 가장 강력한 수준의 제재로 꼽힌다.
이번 지정(110.65㎢)으로 서울 내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기존 52.79㎢에서 163.96㎢로 세 배로 확대된다. 서울시 전체 면적(605.24㎢)의 27% 수준이다. 서울시가 이른바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일대 291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한 후 한 달여 만에 7배가 넘는 2200여 개 단지로 대상이 확대됐다. 그동안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서초구 반포동의 고가 아파트와 용산구 한남동 일대도 이번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다. 올해 들어 신고가 행진을 벌이고 있는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최고가 아파트의 대명사인 한남동 한남더힐, 나인원한남 등도 거래 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 정책 신뢰도 하락 지적도
정부와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대폭 확대한 것은 부동산시장 불안이 길어지면 집값 상승세가 수도권 전역으로 번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면적 117㎡는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일부 해제한 직후인 지난달 17일 최고가인 80억원에 팔렸다. 지난달 초 실거래가(71억원)보다 9억원 뛴 금액이다.하지만 시장에선 이번 조치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약발이 더 떨어질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양천구 목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여 있으나 여전히 신고가 행진을 벌이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단기에 토지거래허가구역과 관련한 입장을 바꾸면서 정책 일관성이 떨어지고, 지정 효과도 반감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심은지/유오상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