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트닉 "동참하든지, 영혼 팔든지"…미국산 반도체 '對中 우회수출'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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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무역협정에 포함시킬 것"
연기금·펀드, 中 투자도 제한
韓기업, 美서 주문받은 반도체
장비 사용까지 포함 땐 영향권

◇반도체 수출 통제로 中 압박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수출 통제를 담당하는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 콘퍼런스에 참석해 “중국이 미국 반도체를 확보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기업과 외국 정부의 협력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가성비 인공지능(AI) 모델로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 딥시크가 미국산 반도체를 부적절하게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러트닉 장관은 “사람들이 우리 반도체를 가져다가 돈을 벌기 위해 중국으로 보냈다”며 “몇몇은 큰돈이 아니고, 몇몇은 많은 돈을 벌기도 하지만 그들은 우리의 생활 방식을 파괴하려고 적국을 돕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반도체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수출 통제 방안을 무역협정에 포함할 계획이라고 했다.미국은 오는 4월 2일 국가별로 상호관세율을 발표한 뒤 각국과 양자 협상을 벌여 무역협정을 체결하거나 기존 무역협정을 개정할 계획이다. 러트닉 장관의 발언은 이 과정에서 미국산 반도체가 중국에 흘러 들어가는 것을 원천 봉쇄하는 방안을 무역협정에 명문화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미국이 중국과의 관세전쟁에 이어 반도체 수출 통제 등으로 중국에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특히 “각국은 미국, 자유, 서구식 삶의 방식에 동참할 것인지, 아니면 단지 돈을 조금 더 벌거나 물건을 조금 더 싸게 사기 위해 영혼을 팔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미국 편에 설 것을 요구했다.
◇국내 반도체업계 영향은
러트닉 장관의 이 같은 요구가 국내 반도체 업체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현재로선 미국산 반도체에 대한 우회 수출 통제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에 줄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한국 반도체 기업의 미국 생산시설은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이 유일한데 이 공장에서 생산된 반도체는 대부분 미국에서 소화되기 때문이다.다만 미국이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할 수 있는 점은 변수다. 미국 정부가 미국산 반도체 범위에 삼성전자나 대만 TSMC가 미국 기업의 주문을 받아 생산한 제품, 미국 반도체 장비로 제조한 반도체까지 포함한다면 한국 기업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부터 미국산 반도체가 외국 기업과 정부를 통해 중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시행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가 만든 반도체가 고객사를 거쳐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로 유입된 것을 확인한 뒤 추가 규제를 발표했다.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 가능성에 맞춰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험한 투자자 거를 것”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 연기금과 사모펀드 등의 대외투자에 대한 심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의 투자, 기술 자금이 중국 군사력 증강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중 (투자) 관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명확히 지시했다”고 말했다. 또 미국 증시에서의 중국 기업 제재와 관련해 “재무부에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라는 기관이 있는데, 이는 미국의 중요 산업에 상당한 투자를 하려고 하는 외국인 투자자를 면밀히 조사하는 오랜 전통 기관”이라고 했다. 미국은 동맹국을 포함해 국외 자본을 환영하지만 위험한 투자자는 걸러낼 필요가 있다는 게 미 정부 내 형성된 공감대다.뉴욕=박신영 특파원/황정수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