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이 범죄자?"...김선영이 파헤친 모성애의 끝

국립극단 해외 초연작
연기파 배우 김선영, 어머니 역으로
4월 2~19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10대 아들이 하룻밤 새 3명의 여자를 강간했다. 신문 1면은 이미 그날의 사건으로 도배된 상황. 어머니는 침착함을 애써 유지하며 아들의 형량을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아들과 함께 있는 집 밖에선 취재진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숨통을 조이듯 울려 퍼지고….

자식이 한 짓은 미워도, 자식은 미워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과연 그럴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아들을, 어머니는 언제까지 품을 수 있을까?
배우 김선영이 19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에서 국립극단 연극 '그의 어머니' 연습 장면을 공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배우 김선영이 19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에서 국립극단 연극 '그의 어머니' 연습 장면을 공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립극단이 4월 2일부터 19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연극 <그의 어머니>는 모성애와 도덕적 가치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의 내면을 깊게 파고드는 작품이다. 영국 유명 극작가 에반 플레이시의 작품을 무대에 옮긴 것으로, 2010년 초연 후 캐나다 극작가상, 영국 크로스 어워드 신작 희곡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어머니 역할은 데뷔 30년 차 연기파 배우 김선영, 범죄를 저지른 아들 역은 배우 최호재가 맡는다.

이 작품은 맹목적이면서도 복잡미묘한 어머니의 감정선을 표현하는 게 핵심이다. 연민, 증오, 원망 등 감정의 미세한 농도에 따라 아들을 대하는 연기 톤 자체가 달라져서다. 지난 19일 서울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연습실에서 만난 김선영은 "아들을 비난하는 마음과 연민, '내가 잘못 키웠나' 하는 죄책감, 그러면서 '어떤 비밀이 남아 있지 않을까' 끈을 잡고 싶은 마음, 세상을 향한 억울함 등 많은 감정이 있는데 아직도 공부하는 중"이라며 "결국 연극은 문학이고, 대본에 답이 있기 때문에 대본을 하염없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밤을 꼴딱 새워가며 감정 하나하나에 관해 공부하고, 영어 원문도 직접 찾아봤다고 한다.

이번 작품은 김선영이 2018년 '낫심' 이후 7년 만에 출연하는 연극이다. "배우는 무조건 무대에 오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무대에 오르면 정말 많은 공부를 하게 되거든요. 2~3년 전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때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 작품을 보고선 무조건 한다고 했죠."
배우 김선영이 19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에서 국립극단 연극 '그의 어머니' 연습 장면을 공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배우 김선영이 19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에서 국립극단 연극 '그의 어머니' 연습 장면을 공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의 어머니>를 비롯해 최근에는 범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가족을 조명하는 작품들이 눈에 띄고 있다. 넷플릭스 TV쇼 세계 1위(19일 플릭스패트롤 기준)를 기록 중인 영국 드라마 <소년의 시간>도 여학생의 목숨을 앗아간 10대 소년의 가족을 화면에 담는다. 이런 흐름에 대해 <그의 어머니> 류주연 연출은 "고통을 바라보는 인식의 지평이 넓어졌기 때문"이라며 "피해자 가족은 '엄청 고통스럽겠구나' 상상하게 되지만, 가해자 부모의 고통에 대해선 긍정도 부정도 하기 힘든 난처함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그 심리를 쫓아 파헤쳐보는 게 예술"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어머니>는 극작가 플레이시가 직접 접한 실화를 바탕으로 집필한 작품이다. 강간 사건의 가해자와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그가 가해자의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을 위해 법정에 나서는 영상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주제 자체는 무겁지만, 류 연출은 "전체적 분위기가 너무 심각하거나 진지해지지 않고, 위기나 압박을 상징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언발란스한 균형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허세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