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이 범죄자?"...김선영이 파헤친 모성애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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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해외 초연작10대 아들이 하룻밤 새 3명의 여자를 강간했다. 신문 1면은 이미 그날의 사건으로 도배된 상황. 어머니는 침착함을 애써 유지하며 아들의 형량을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아들과 함께 있는 집 밖에선 취재진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숨통을 조이듯 울려 퍼지고….
연기파 배우 김선영, 어머니 역으로
4월 2~19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자식이 한 짓은 미워도, 자식은 미워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과연 그럴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아들을, 어머니는 언제까지 품을 수 있을까?

이 작품은 맹목적이면서도 복잡미묘한 어머니의 감정선을 표현하는 게 핵심이다. 연민, 증오, 원망 등 감정의 미세한 농도에 따라 아들을 대하는 연기 톤 자체가 달라져서다. 지난 19일 서울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연습실에서 만난 김선영은 "아들을 비난하는 마음과 연민, '내가 잘못 키웠나' 하는 죄책감, 그러면서 '어떤 비밀이 남아 있지 않을까' 끈을 잡고 싶은 마음, 세상을 향한 억울함 등 많은 감정이 있는데 아직도 공부하는 중"이라며 "결국 연극은 문학이고, 대본에 답이 있기 때문에 대본을 하염없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밤을 꼴딱 새워가며 감정 하나하나에 관해 공부하고, 영어 원문도 직접 찾아봤다고 한다.
이번 작품은 김선영이 2018년 '낫심' 이후 7년 만에 출연하는 연극이다. "배우는 무조건 무대에 오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무대에 오르면 정말 많은 공부를 하게 되거든요. 2~3년 전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때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 작품을 보고선 무조건 한다고 했죠."

<그의 어머니>는 극작가 플레이시가 직접 접한 실화를 바탕으로 집필한 작품이다. 강간 사건의 가해자와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그가 가해자의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을 위해 법정에 나서는 영상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주제 자체는 무겁지만, 류 연출은 "전체적 분위기가 너무 심각하거나 진지해지지 않고, 위기나 압박을 상징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언발란스한 균형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허세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