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강간 미수지만 피해자 상해 입었다면 '특수강간치상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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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이 특수강간(합동강간)이 미수에 그쳤더라도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면 '특수강간치상죄'가 성립한다는 현행 판례를 유지했다.
10대 2로 현행 판례 유지
마용주 후보자 84일째 미임명
1년 만에 '13명 완전체' 깨져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대법원장 조희대)는 20일 특수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2명의 상고심에서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A씨는 징역 5년, 공범 B씨는 징역 6년을 확정받았다.피고인들은 함께 술을 마시던 피해자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을 타 먹인 뒤 합동강간을 시도했다. 그러나 피해자의 남편과 동석자가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면서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피해자는 약물로 인해 일시적 수면 또는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는 상해를 입었다.
쟁점은 특수강간이 미수에 그쳤으나 피해자가 상해를 입은 경우, 특수강간치상죄의 기수범으로 처벌할지 아니면 미수범으로 처벌할지 여부였다.
대법관 다수의견(10명)은 "성폭력처벌법 제8조 제1항에서 정한 특수강간치상죄는 특수강간의 실행에 착수하였으나 미수에 그친 경우라도 이로 인해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으면 성립한다"고 판시했다.다수의견은 "기본 범죄의 실행에 착수한 사람이 실행행위를 완료하지 않았더라도, 이로 인하여 형이 무거워지는 요인이 되는 결과가 생겼다면 이를 결과적 가중범의 기수범으로 처벌하는 것이 책임원칙에 부합하는 당연한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특수강간이 미수에 그친 경우 특수강간치상죄의 미수범을 인정하여 법률상 감면을 하게 되면, 형법상 강간치상죄와 처단형의 역전 현상이 발생해 처벌의 불균형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반대의견(서경환·권영준 대법관)은 "성폭력처벌법 제15조는 제8조를 적용 대상에 포함하고 있어 특수강간치상죄 미수범은 성립할 수 있다"며 "특수강간이 미수에 그친 경우와 기수에 이른 경우의 불법은 같지 않으므로 기본 범죄가 미수에 그친 경우를 결과적 가중범 미수로 취급함으로써 불법의 차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번 판결은 1995년 형법 개정 이후 결과적 가중범 규정의 해석과 관련해 학계를 중심으로 계속돼 온 논쟁에 대한 사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대법원은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결과적 가중범인 특수강간치상죄의 미수범 성립을 부정하는 판례 법리는 여전히 타당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별도의 입법 없이 현행법 해석론만으로는 특수강간치상죄의 미수범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전원합의체는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가 미임명되면서 공석인 채로 진행됐다. 2023년 9월 김명수 전 대법원장 퇴임 이후, 이듬해 3월 조희대 대법원장과 12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전원합의체가 열렸으나, 1년 만에 다시 '13명 완전체'가 깨진 셈이다. 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가결됐으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84일째 넘도록 임명을 미루고 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