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서울우유, 홈플러스에 뒤늦게 공급 중단…'빈 매대' 우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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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라면·우유 업계 1위인 농심과 서울우유가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에 납품을 일시 중단했다. 홈플러스의 자금 우려가 해소되지 않아 대금 정산 방식을 두고 의견이 크게 엇갈린 탓이다.

20일 농심과 서울우유는 이날부터 홈플러스에 제품 공급을 일시 중단했다. 농심과 서울우유가 홈플러스에 물품 대금을 '선입금'을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홈플러스가 이를 거절하면서 공급이 중단됐다. 통상 공급사들은 제품을 먼저 제공한 후 정산을 받지만, 홈플러스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며 자금사정이 악화하자 이러한 조치를 요구했다. 농심 관계자는 "현재 홈플러스가 회생 절차에 들어간 상황임을 고려한 것"이라며 "정산에 대해 의견 차이가 좁혀진다면 언제든지 공급을 재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우유 측도 "결제 주기 단축, 선입금 등을 비롯한 요구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공급을 일시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홈플러스는 45~60일 사이의 정산 주기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를 다른 대형마트(약 25~30일) 수준으로 줄여달라는 것이다.

지난 6일 오뚜기, 동서식품,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식품기업들이 홈플러스에 줄줄이 공급을 중단하면서 홈플러스의 재고 부족 우려가 커졌다. 이후 업체들이 물품 공급을 재개하며 상황이 개선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업계 1위인 농심, 서울우유가 뒤늦게 공급 중단에 나서자 재고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다른 식품업체들은 일단 정상 공급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A 식품업체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당장 공급을 중단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B 업체 관계자는 "중견 업체들은 매출 유지를 위해서라도 일단 공급을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했다.

홈플러스는 "오랫동안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을 이어온 협력사인 만큼 현 상황에 대해 잘 소통함으로써 이른 시일 내에 합의를 완료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4일 회생개시 후 납품대금 등 상거래채권은 정상 지급하고 있으나 작년 12월부터 올해 1·2월 발생한 밀린 상거래 채권에 대해선 영세·소상공인에 먼저 지급 중이다. 이날 오전까지 상거래채권 지급액은 누적 3863억원이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