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인 작가 "실버타운이요? 돌봄 치중하면 고립감 커져"
입력
수정
지면A29
2025 집터뷰
신경건축학자 김경인 작가
"활동성 높이는 프로그램 필요
젊은 세대와 교류도 더 늘려야"

최근 <나이 들어 어디서 살 것인가>란 책을 펴낸 신경건축학자 김경인 경관디자인 공유 대표(사진)는 20일 “마냥 돌봄이 능사는 아니다”며 이렇게 말했다. 고급 시니어주택일수록 피트니스센터와 도서관 등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청소와 식사 등 각종 편의 서비스도 제공된다. 하지만 김 대표는 “운동기구가 최신식이긴 한데 고령자 맞춤형이 아니라 낙상 등의 위험이 있어 보였다”며 “요리할 때 머리를 많이 써 치매 예방 등에 도움이 되는 만큼 노인이 밥 한 끼 정도는 직접 해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김 대표는 노인의 활동성을 높이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돌봄 제공에만 치중하는 노인복지시설은 폐쇄적이고 단절된 상태로 운영돼 노인의 외로움과 고립감을 심화시킨다”고 주장했다. 노인만 몰아넣는 시설이 아니라 젊은 세대와 같이 사는 세대 교류형 단지가 많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일본 도쿄 ‘에고타노모리’엔 학생과 신혼부부, 노인 등을 모두 아우르는 세대 순환형 커뮤니티 공간이 마련돼 있다.
김 대표가 서울 강동구의 도시경관 총괄기획가를 지낼 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경로당을 선보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는 “노인복지관이지만 아이들이 와서 책도 읽을 수 있는 카페를 만드는 등 1층을 ‘모두의 거실’로 꾸몄다”며 “최근 사람이 데이케어센터를 혐오시설로 인식해 논란이 됐는데, 이렇게 자연스레 교류하다 보면 혐오도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을 위한 시설을 확충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고령자가 본인의 집에서 노후를 잘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살던 공간이 아닌 낯선 지역으로 이동하면 노인의 정신 건강이 더 나빠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집이 위험해진다. 노인 사고의 약 63%가 낙상인데, 대부분 집에서 발생한다.김 대표는 “방 안에 있는 문턱이나 단차(높이 차), 화장실 타일 등이 노인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오래 서 있지 못하는 만큼 화장실에 핸드레일이나 의자 등이 있으면 좋다”고 말했다. 또 나이가 들수록 시야가 좁아지고 시선은 아래로 향한다. 노인의 시선을 고려해 아파트 동 측벽에 동·호수를 크게 써놓는 것만 해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처럼 ‘디테일’을 노인 친화적으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