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신뢰 잃은 軍, 뼈 깎는 쇄신이 먼저다

인사권 분산해 참군인 선발해야
진급만 바라보는 문화 바꿔야

김종하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장
최근 비상계엄과 관련해 우리 군은 군대의 임무·역할, 권한·책임, 그리고 정체성·가치관 등에 기반해 당당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회 청문회 등에 나온 일부 장성 및 지휘관의 태도는 국민은 물론 군 내부에도 큰 실망감을 불러일으켰다. 올해 국방부가 내세운 ‘신뢰받는 군대 구현’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군 조직문화의 근본적인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권한과 책임에 맞는 인사권 행사를 정착시켜야 한다. 군 인사권은 법적으로 군 통수권자에게 있기 때문에 대통령실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검증을 이유로 모든 장성(국방부 고위직 포함)을 대통령실 주도로 인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능력보다 지역별·출신별 균형 인사를 통한 형평성과 홍보 논리만 강조해 인사하면 결과를 둘러싼 논란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해 4성 장군은 대통령실, 3성 장군은 국방부, 2성 장군 이하는 각 군에 위임해 인사권을 행사토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대통령실이나 정치권이 아니라 현장에서 오직 직속상관만을 바라보고 복무하는 참군인 선발이 실질적으로 가능하다.둘째, 공감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진급 및 인사관리 제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현재 장교의 진급은 4심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공정성·공평성·투명성 측면에서 자주 논란이 제기되는 만큼 이를 개선해야 한다. 진급은 명예와 함께 더 큰 책임과 희생을 요구하는 무거운 사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많은 장교가 진급을 단순히 명예뿐만 아니라 정년 연장, 경제적 안정, 권력 보장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전역 후 낮은 재취업률로 인해 진급에 더욱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보직·평정·교육 성적 등 인사관리 요소에 과도하게 신경 쓰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향후 군 인사관리에 대한 심층 진단을 통해 진급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더라도 전역 후 사회 진출이 안정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영관급 장교(특히 중령 이상) 정년을 군무원 수준(60세)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셋째, 문제 발생 시 개인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군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군은 일반 공직과 비교해 징계가 5~10배 더 많다. 대대장은 매주 1명, 여단장은 매달 1명 이상이 징계받는다. 그런데 군 특성상 1회의 가벼운 처벌을 받더라도 군 생활 전체에 크게 영향을 끼친다. 이 때문에 지휘관이 되면 ‘어떻게 해야 처벌받지 않고 무사히 지휘관 보직을 마칠 수 있는가’에만 모든 관심을 집중한다.특히 문제 발생 시 조직과 상관은 보호는커녕 개인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기 때문에 이런 경향은 더 높아진다. 사실 장·차관, 참모총장, 그리고 일반 장성이 책임지는 것은 개인적으로 명예롭고 약간의 임기 단축에 불과할 수 있지만, 초급 및 중견 간부가 지는 책임은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만큼 중차대한 문제다. 이를 감안해 성범죄 등 개인 비리 외에는 책임을 조직 전체가 함께 진다는 공동체 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렇게 해야 강한 군대, 싸워 이길 수 있는 군대를 만드는 게 실질적으로 가능하다.

이런 방안은 국가와 군의 목표와 존재 이유, 조직의 임무와 역할, 직업군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가치관을 정립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더 나아가 법과 규정에 기반한 군 조직문화를 구현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토대가 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