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BYD의 질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2023년 상반기 정점을 찍고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의 수렁’에 빠졌다. 수요가 광범위하게 확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긴 충전 시간과 짧은 주행거리는 전기차 오너가 되는 걸 주저하게 했다. 이런 와중에 중국 비야디(BYD)가 새 배터리 시스템 ‘슈퍼 e플랫폼 기술’을 공개했다.

5분 만에 배터리를 완충해 400㎞를 달리는 것이 핵심이다. 주유소에서 차에 기름을 넣는 데 걸리는 시간과 별 차이가 없다. 그동안 배터리 과열 위험 때문에 완충시간을 10분 내로 줄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테슬라 슈퍼차저는 15분 완충에 275㎞,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CLA 전기차 세단은 10분 완충에 325㎞를 주행한다. BYD는 이번에 업계 최초로 액체 냉각 방식의 메가와트(㎿)급 충전시스템을 개발해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기술 공개 후 이틀간 BYD 주가는 8% 넘게 오른 반면 테슬라는 10% 가까이 급락했다.

BYD는 1995년 왕촨푸가 중국 선전에 설립했다. 자체 개발한 리튬인산철(LFP) ‘블레이드 배터리’를 기반으로 급성장했다. 워런 버핏이 2008년 2억3000만달러를 투자해 명성을 얻기도 했다. 2022년 3월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을 선언한 이듬해인 2023년 테슬라를 제치고 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다. 지난해 판매량은 413만 대로 전년 대비 43.4% 증가했다. 매출은 7664억위안(약 154조원)으로 2020년(1534억위안) 대비 5배 급증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도 105억위안에서 473억위안으로 4.5배 늘었다.

배터리·모터 등 완전한 수직계열화로 원가 부담을 크게 낮춘 결과다. 이는 공격적인 연구개발(R&D)로 가능했다. R&D 인력은 전체 임직원 90만 명의 12%인 11만 명에 달한다. 지난해 R&D 투자는 500억위안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의 6%를 웃돈다.

BYD란 회사명은 ‘당신의 꿈을 설계하라(Build Your Dream)’는 의미다. 일각에선 이번 꿈의 기술이 실제로 상용화될지 의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초고속 충전 기술을 바탕으로 초격차를 유지해 갈지 두고 볼 일이다.

서정환 논설위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