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손 떼는 서학개미, 中·金으로 '머니무브'

포트폴리오 조정하는 개미들

서학개미, 한달 새 200억弗 매도
BYD·샤오미 등 中기술주로 환승
홍콩 항셍테크지수 올들어 30%↑
안전자산 金매수액도 고공행진

"유럽·美 채권 등 분산투자 해야"
일각 "M7·美 경제 여전히 견조"
미국 증시만 바라보던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들이 다른 투자처로 눈을 돌리고 있다.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던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가 급락하고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큰 장세에 대비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美 주식 보관액 ‘1000달러’ 붕괴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지난 18일 기준 951억달러(약 138조8840억원)로 집계됐다. 한 달 전 1029억달러에 비해 7.59% 감소했다. 미국 주식 보관액이 1000억달러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해 11월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올 들어 미국 증시가 흔들리자 다른 국가 증시로 갈아타는 개인투자자가 늘었다. 특히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증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인공지능(AI) ‘딥시크 쇼크’ 이후 샤오미, 알리바바, BYD 등 중국 기술주가 급등한 영향이다. 올 들어 나스닥지수와 S&P500지수가 각각 7.94%, 3.29% 떨어지는 동안 ‘중국판 나스닥’이라고 불리는 홍콩 항셍테크지수는 30% 넘게 올랐다.

◇안전자산 ‘金’ 투자 늘어

국내 투자자의 중국·홍콩 주식 보관액은 지난 1월 26억달러에서 현재 34억달러(약 4조9670억원)로 급증했다. 불과 두 달 만에 30% 이상 늘어난 것이다. 많이 보유한 중국 주식은 BYD(3억1098만달러), 텐센트(2억4344만달러), 알리바바(1억9840만달러) 순이었다.

서울 강남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작년까지만 해도 자산가들은 중국 주식에 관심이 없었다”며 “올 들어 중국 비중을 높이려는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유럽 주식을 눈여겨보는 투자자도 증가하고 있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재정 지출을 확대하며 경기 부양에 나서자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유로존을 대표하는 50개 기업으로 구성된 유로스톡스50지수는 올 들어 11.99% 올랐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을 사들이는 개인투자자도 많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1~19일) 개인이 순매수한 금 거래량은 1765㎏에 달한다. 올 1월 954㎏, 2월 1689㎏ 등 순매수 규모가 매달 커지는 추세다.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금 투자도 활발하다. 개인투자자들은 올 들어 ‘ACE KRX금현물’ ETF를 248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상품의 올해 수익률은 12.64%에 달한다.

매수세가 몰리면서 금 가격도 상승세를 탔다. 이날 KRX 금시장에서 1㎏ 금 현물 1g 가격(종가 기준)은 14만4980원으로 집계됐다. 두 달 새 12.6% 올랐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금 가격이 온스당 3000~3300달러까지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관측했다.

◇“유럽·중국 비중 늘려야”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국 시장의 변동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2일 상호 관세를 도입할 것이라고 공언한 만큼 상반기까지는 관세 충격이 증시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증권가에선 중국·유럽 주식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영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된 유럽·중국 시장이 대안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며 “중국의 기술주나 유럽의 방산, AI, 제약 등을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며 “미국 하이일드 채권이나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등에 포트폴리오의 일부를 할당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미국 주식 비중은 유지하는 게 좋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과 AI 관련 기업의 실적이 견조하고, 미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아직 탄탄하다는 이유에서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는 기우였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다음달 이후 다시 뉴욕증시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