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전국구 서민금융으로 상호금융은 지역밀착형 적합"

전문가들 '역할 재정립' 제안
상호금융, 고위험 자산 제한해야
저축은행이 각종 규제와 경기 악화로 신음하는데 또 다른 서민금융기관인 상호금융은 총자산 1000조원의 초대형 회사로 성장했다. 지역 서민금융의 양대 축인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이 균형 발전하기 위해선 서로 다른 규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농협 수협 신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 5대 상호금융의 작년 말 수신 잔액은 905조410억원이다. 2023년 말(874조620억원) 대비 약 31조원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저축은행 업권의 수신 잔액은 5조원 감소했다. 5대 상호금융의 총자산은 작년 6월 말 1028조9000억원으로 저축은행 자산(120조1000억원)을 크게 웃돈다.상호금융에 이처럼 많은 돈이 몰리는 것은 예탁금·출자금 비과세 혜택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자소득에는 15.4%의 세금이 붙지만, 상호금융에서는 1인당 3000만원(복수 조합 합산)까지 농어촌특별세 1.4%만 매겨진다. 예를 들어 저축은행에서 이자로 100만원을 받았다면 15만4000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지만, 상호금융에서는 1만4000원만 내면 된다.

상호금융은 비과세 혜택과 높은 금리를 앞세워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문제는 상호금융이 본업인 서민금융을 외면한 채 부동산 개발 관련 대출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호금융의 토지담보대출 잔액은 작년 말 10조1000억원으로 금융권 전체(18조4000억원)의 54.9%에 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호금융은 대출 심사 역량이나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고위험 자산에 투자했다가 부실이 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저축은행 업권과 비교해 내부 통제나 자산운용 관련 규제는 오히려 느슨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을 포함한 서민금융 패러다임을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구정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상호금융은 지역 밀착형 서민금융기관이라는 본래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고, 저축은행은 전국을 대상으로 개인신용대출 사업을 하는 금융회사로 육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