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4억 스톡옵션 받고도 개미 환호 받은 김용범

"성과 걸맞는 보상" 평가 나와
공격 투자로 성과내고 이익 나눠
주목받는 메리츠式 통큰 경영
“메리츠는 군말이 필요 없다. 회사 성장해, 배당 많이 해, 직원들에게도 많이 줘. 더 가져가도 된다.”

지난 19일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사진)이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 행사로 현금 814억원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한 누리꾼의 반응 중 하나다. 통상 국내에선 거액의 스톡옵션에 대한 평가는 썩 좋지 않다. 뿌리 깊은 반기업 정서와 부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 탓이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김 부회장과 메리츠금융엔 박수갈채가 쏟아지고 있다. ‘기업 성장의 성과를 소액주주들과 함께 나누는 모범적 경영인’ ‘주주들에게 이익을 나눈 것에 비하면 (스톡옵션을) 적게 받는 것’이란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이 성장하고, 그 과실을 주주와 공유하는 경영 방침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김 부회장은 2014년 메리츠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했다. 조정호 회장의 전폭적 지지 아래 김 부회장은 전설적 투자자 워런 버핏의 벅셔해서웨이처럼 보험·증권 기반 투자전문회사를 지향했다.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에서 창출하는 안정적 현금 흐름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투자 기회를 끊임없이 찾아내는 방식이다.김 부회장은 일요일마다 주요 임직원이 모여 투자 등 굵직한 의사결정을 하는 ‘선데이 미팅’을 주재하고 있다. 기회와 위험 요인을 실무진으로부터 직접 듣고 그 자리에서 가부를 곧바로 결정한다. 이 때문에 층층이 결재를 올려야 하는 다른 기업에 비해 과감하고 빠르게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23년 롯데건설과 1조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1년 만에 1000억원대 이자를 받은 것은 과감하고 빠른 김 부회장의 의사결정 방식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일각에선 김 부회장과 메리츠금융을 놓고 ‘돈에 진심인 집단’이라고 비아냥대기도 한다. 하지만 메리츠금융은 ‘주주환원율 50%’ 약속을 지키면서 이런 부정적 인식을 단박에 해소하고 있다.

김 부회장이 이끄는 메리츠금융은 주주와의 소통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부터 분기 실적 발표 때마다 일반 주주가 참여하는 ‘열린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있다. 김 부회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취합한 질문 가운데 가장 많은 주주가 궁금해하는 내용을 직접 설명한다. 국내 금융회사 IR 가운데 애널리스트가 아니라 일반 주주가 참여하고,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대답하는 유일한 사례다.김 부회장은 열린 IR을 주주총회로 확대할 생각이다. 오는 26일 주총에 참석하는 주주들에게 직접 회사의 비전과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설명할 예정이다. 김 부회장은 메리츠금융의 주총이 벅셔해서웨이처럼 주주들의 축제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