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G전자, 러시아 가전공장 3년 만에 재가동

우-러 종전 협의 급물살 영향

LG, 전쟁 직전 러시아 가전 1위
中·튀르키예 등에 시장 내줘
현지 언론 "공장 생산 부분 재개"

삼성도 스마트폰 마케팅 다시 시작
현대차도 공장 재가동 나설 듯
LG전자가 러시아 현지 가전 공장 가동을 재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 8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공장을 멈춰 세운 지 2년7개월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종전 협의에 속도가 붙자 거대 시장 되찾기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도 러시아 비즈니스를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국내 대기업들의 러시아 재진출이 러시를 이룰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 당국, 재가동 승인

20일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LG전자는 모스크바주 루자에 있는 가전 공장 생산을 부분 재개했다. LG전자는 러시아 당국에 공장 재가동을 요청했고,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LG전자는 2006년 루자 지역에 TV와 세탁기, 냉장고 등을 생산하는 가전 공장을 지었다. 하지만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러시아에 제품 공급을 중단했고, 그해 8월 공장을 세웠다.

LG전자의 러시아 사업 재개 움직임은 올초부터 감지됐다. 노영남 러시아 법인장이 지난 1월 러시아 대형 기업 행사에 참석해 LG의 B2B(기업 간 거래) 사업 경쟁력을 홍보하는 등 현지 활동에 나선 것. 냉난방공조(HVAC), 디지털 사이니지, 옥외 스크린 등으로 구성된 B2B 사업은 LG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삼은 분야다.

LG전자가 러시아에 다시 눈을 돌린 건 ‘바잉 파워’로 따질 때 인도에 버금가는 거대 시장이어서다. 러시아는 인구 대국(1억4000만 명)인 데다 1인당 국내총생산(1만4400달러)도 인도보다 높다.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러시아 가전 시장은 2023년 111억2000만달러(약 16조원)에서 2029년 131억8000만달러(약 19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LG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러시아 법인이 보유한 재고와 자재를 활용해 세탁기, 냉장고 일부 물량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 1.4억 거대 시장

시장에선 다른 국내 기업들도 조만간 ‘러시아 시장 되찾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사업 재개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일부 마케팅 활동은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정보분석기관 텔레콤데일리는 지난 1∼2월 삼성전자의 러시아 내 마케팅 활동이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고 밝혔다. 텔레콤데일리는 “삼성전자가 러시아 최대 통신사인 MTS를 통해 광고에 나섰다”며 “삼성의 모든 신제품이 유럽이나 미국보다 러시아에서 며칠 먼저 나올 정도”라고 설명했다.

전쟁 전까지 삼성전자는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 1위였다. 러시아 시장조사업체 온라인마켓인텔리전스(OMI)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러시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글로벌 브랜드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 튀르키예 등 러시아 우호국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삼성전자는 2008년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에 공장을 짓고 TV, 냉장고, 세탁기 등을 생산했지만 2022년 3월 부품 수급 등을 이유로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2023년 철수한 현대자동차가 다시 러시아 시장에 뛰어들지도 관심사다. 현대차는 2007년 러시아 현지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2011년에는 생산기지도 구축했다. 전쟁 직전인 2021년 러시아 자동차 판매 순위에서 기아(20만5801대)와 현대차(17만1811대)는 각각 수입차 1, 2위에 올랐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