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미래실탄 확보…"글로벌 방산·우주항공 톱티어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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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3.6조 유상증자'
글로벌 방산 거점 공격 투자
유럽·중동 1.6조 들여 현지 생산
무인기용 엔진개발에 3000억
호주 오스탈 인수에도 자금 투입
시간외 거래서 하한가 직행
시스템·오션 등 계열사도 급락
금감원 "신속하게 심사할 것"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3조6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유상증자를 결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유럽과 중동 등에서 현지 생산과 투자를 조건으로 수주 협상을 할 계획”이라며 “수주 협상력을 높여 2030년 매출 70조원의 기업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라인메탈 넘겠다”

이번 유상증자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도 해외 거점 마련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조6000억원을 투입해 해당 지역에 지상 무기 생산 거점을 짓고, 현지 업체 협력을 위한 지분 투자를 하겠다는 전략이다. K9 자주포뿐 아니라 천무 다연장로켓, 레드백 장갑차, 대공방어시스템, 탄약(추진장약) 등의 생산 시설이 대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폴란드·루마니아와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사우디아라비아엔 유도 무기체계인 천궁-Ⅱ를 수출했다. 회사 관계자는 “라인메탈과 영업이익 차이는 20% 수준이지만, 시가총액은 라인메탈이 세 배 가까이 많다”며 “현지화를 통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겠다”고 말했다.
◇금감원 “최대한 심사 역량 투입”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을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조선·해양 투자에 쓰기로 했다. 해외 조선 시설을 추가로 확보하고, 현지 시설 지분 투자 등에 8000억원을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미국과 호주 등에 조선소를 보유한 오스탈 지분 9.9%를 사들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8000억원 중 일부를 오스탈의 최대주주에 오르는 데 쓸 예정이다. 오스탈 이외에도 추가적인 해외 조선 시설과 지분 투자에 적극 참여한다.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 개조 작업에도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다. 이 밖에 무인기용 엔진 개발 시설에 3000억원을 투입한다. 독자적 무인기용 엔진 개발 등 항공엔진 기술 자립도를 높일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삼성SDI에 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증자도 중점 심사 대상으로 심사하기로 했다. 이복현 원장은 “3조6000억원의 유상증자는 한국 시장 역사상 제일 큰 규모”라며 “회사와 적극 소통하며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심사 역량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이날 유상증자에 대한 주식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정규장 마감 직후 유증 공시가 나오자 시간 외 거래에서 하한가(-9.97%)로 직행했다. 한화시스템(-6.06%)과 한화오션(-4.41%) 등 한화그룹 계열사도 시간 외 거래에서 일제히 급락했다. 증권가에선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당분간 주가 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유상증자 정보가 미리 새나갔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정규장에서 이미 4.5% 급락한 72만2000원으로 거래를 마쳤기 때문이다. 이날 투자신탁·사모 계열에서 216억원어치 순매도가 나왔다.
김우섭/성상훈/맹진규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