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시 민간위탁 감사에 회계법인 선정…세무사 배제

서울시의회 조례 개정 이후 첫 선정
회계감사 용역에 세무사 배제 분위기
내달 경기도의회 조례 개정에 '눈길'
서울시청 전경. /서울시 제공
서울시청 전경.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추진하는 6700억원 규모 민간위탁사업 회계감사 용역에 삼도회계법인이 최종 선정됐다. 이는 서울시의회가 세무사의 회계감사 참여를 다시 배제하는 내용의 조례를 개정한 이후 처음 진행된 감사법인 선정 사례다. 회계업계와 세무업계 간 첨예한 갈등 속에서 회계법인의 선정은 향후 전국 지자체 감사 시장의 흐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회 조례 개정 이후 첫 선정… 회계법인 낙점


23일 조달청에 따르면 서울시는 민간위탁사업 회계감사 용역의 수행기관으로 삼도회계법인을 최종 선정했다. 용역 비용은 약 9억 원으로 서울시는 지난 1월 민간위탁사업 감사 용역에 세무법인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발주했다.삼도회계법인은 중견 회계법인으로 중소·중견기업, 공공기관 대상 감사 업무를 주로 맡아왔다. 회계감사 외에도 세무자문, 기업가치평가, 내부통제 구축 등 다방면에 걸친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며 입지를 넓혀왔다.
사진=서울시의회
사진=서울시의회
서울시의회는 지난 7일 본회의에서 '민간위탁사업 회계감사 관련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62명의 재석 의원 중 찬성 37명, 반대 2명, 기권 23명으로 통과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기존 ‘사업비 결산서 검사’라는 명칭을 ‘회계감사’로 바꾸고, 감사 수행 주체를 회계법인으로 한정한 것이다. 이로써 세무사의 감사 업무 참여가 사실상 배제됐다. 일부 의원은 특정 직역의 독점을 조장하는 결정이라며 반대와 기권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례 개정은 2022년 서울시의회가 세무사도 감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한 이후 3년 만에 방향을 뒤집은 것이다. 당시 서울시는 이 조례 개정에 반발해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대법원은 "정부의 위임·위탁 사무에 대한 규정을 봐도 감사 주체는 ‘위탁기관의 장’이고 감사가 반드시 회계사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서울시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럼에도 시의회는 회계업계의 반발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다시 조례를 손질했다.

업계 “시장 경쟁 원칙 무너졌다”…반발 여전


회계업계는 서울시의회의 이번 개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회계법인 대표는 “세무사는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하는 입장에서 이해충돌 우려가 크기 때문에, 공정한 회계감사 업무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피력해왔다”며 “서울시가 회계 전문성을 존중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반면 세무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세무사회 관계자는 “대법원이 세무사도 사업비 검사를 수행할 수 있다는 법적 판단을 내렸는데, 이를 조례 개정으로 뒤엎은 것은 법 위에 조례를 둔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전국 광역지자체가 발주한 민간위탁사업은 9만여 건, 총사업비는 약 22조7500억원에 달한다. 서울시의 사례를 시작으로 ‘회계사 단독 수행’ 방식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향후 전국 지자체로 확산 가능성


서울시의 이번 조례 개정과 삼도회계법인 선정은 다른 광역지자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경기도의회, 광주광역시의회, 경상북도의회 등도 유사한 조례 개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전문가들은 특정 직역의 배제보다 감사 품질과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의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감사 품질을 높이기 위해선 다양한 전문가 집단이 경쟁할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하다”며 “발주처가 자유롭게 전문성을 평가해 적합한 기관을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