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에 칼 뺀 트럼프 "교육정책 권한, 각 州에 돌려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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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8
폐지 행정명령에 서명
"일 안 한다" 관료주의 비판
트럼프 "연방 교육정책은 실패
年2600억달러 써도 문맹 넘쳐"
상원 문턱 넘을지는 미지수
장학금·특수교육 지원 남기고
州정부 자체적으로 예산 집행
공화당 의석 부족…폐지 불투명

◇폐지 추진하는 까닭은

그러나 미국 학생의 학업 성취도는 낮은 편이다. 미국 국가교육진척도평가(NAEP)에 따르면 8학년(한국의 중학교 2학년) 학생의 70%는 읽기와 수학에서 능숙하지 못하고 4학년 학생의 40%는 기본적인 읽기 능력조차 부족하다.
조직은 비대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육부는 실제로 누구도 교육하지 않으면서 연간 1000만달러 이상으로 직원 80명 이상을 둔 홍보실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 기관이 과도하게 관료주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린다 맥맨 교육부 장관은 “대통령은 아이들의 교육을 빼앗으려는 게 아니라 워싱턴의 관료주의를 없앰으로써 아이들의 교육을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주정부로 권한 이양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의 교육부가 없더라도 각 주정부에서 교육을 담당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주지사들이 이를 간절히 원한다”며 “비용은 절반으로 줄고 교육의 질은 몇 배나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미국 교육정책의 핵심 권한은 현재도 주정부와 지방정부가 가지고 있다. 연방정부 예산을 포함해 교육 예산 대부분은 주정부에서 자율적으로 집행한다. 그러나 연방정부 자금을 배분하는 과정에 교육부가 관여하면서 통합 교육, 차별 없는 교육 등을 장려해왔다.
주정부로 교육 정책 권한이 넘어가면 교육 시스템은 한층 수월성 위주로, 성과 중심주의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과급 시스템도 운영될 수 있다”며 “훌륭한 교사는 더 나은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일부 주나 카운티에서는 기독교적 가치관 위주로 교육 내용이 조정될 수 있다. 공립학교에서 진화론의 대안으로 ‘지적설계론(창조론)’을 가르쳐야 하는지는 여러 차례 법정 공방이 벌어진 미국 사회에서 뜨거운 감자다.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교육 철폐도 트럼프 정부 목표 중 하나다. 행정명령은 “연방 교육부 기금 배분 시 DEI 등의 명목으로 숨겨진 불법적 차별을 종식해야 한다”고 교육부 장관에게 요구했다.
특수교육 등 일부 공익적 기능은 연방정부에 남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장학금(펠 그랜트), 장애 학생 특수 교육 지원 등 교육부의 주요 기능은 없애지 않겠다”며 “(이를 위한) 자금과 자원을 모두 보존한 뒤 이를 잘 관리할 수 있는 다양한 다른 기관과 부처에 재분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약 1조6000억달러 규모 학자금 대출 포트폴리오 운영 기능은 민간 은행으로 이양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해체 가능성은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연방정부 부처를 마음대로 폐지할 순 없다. 부처 폐지를 위해서는 상원(100명)에서 60%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 공화당 상원 의석은 53석에 불과하다. 미국 교육부는 1979년 지미 카터 행정부 때 설립됐는데 이후 공화당은 교육부 폐지를 요구해왔고 실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도 교육부 폐지를 시도했지만 의회 동의를 얻지 못해 실패했다.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에 이어 2기에도 교육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며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미 교육부 공무원의 절반을 감축하고 있다.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60%가량이 교육부 폐지에 반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