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성과보다 연차가 먼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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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진학사 캐치 부문장

MZ세대 사이에서 연차 중심 평가 시스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진학사 채용 플랫폼 캐치가 Z세대(1997~2012년 출생자) 구직자 18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2%가 직원의 성과와 역량을 기준으로 단계를 부여하는 레벨제 도입에 찬성했다. 찬성 응답자 중 43%는 공정한 평가를 이유로 들었다. ‘빠른 승진’(41%)보다 ‘공정성’에 중점을 둔 모습은 Z세대가 원하는 변화의 방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Z세대는 조급하다”는 시선도 있지만 이들의 주장은 오히려 합리적이다. 가장 공정한 평가 방식으로 ‘객관적인 수치’(53%)를 선택했고, 인공지능(AI)이나 데이터 기반 평가 시스템을 지지한다는 응답도 11%에 달했다. 이는 사람의 주관보다 수치와 데이터를 통한 평가를 원한다는 의미다.레벨제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가장 큰 비율(42%)을 차지한 반대 이유는 내부 경쟁 심화 우려였다. 이는 Z세대가 개인의 성공만이 아니라 조직의 건강한 문화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Z세대가 공정성 가치를 중시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로 빠른 피드백과 즉각적 평가에 익숙하다. 학창시절부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수치로 능력을 증명해야 했고 이런 경험은 ‘시간이 아니라 성과로 평가받아야 공정하다’는 가치관으로 이어졌다.
기업도 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래 인재 발굴을 목표로 성과 중심 인사 제도를 강화했다. 연공서열이 아니라 개인의 역량과 성과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되며 젊은 인재의 조기 승진도 가능해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기존 직책 중심 인사 운영에서 벗어나 성과 기반 인센티브 제도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단순히 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신뢰받는 평가제도의 핵심은 명확한 기준과 객관성이다. Z세대가 던지는 질문은 기존 평가 시스템의 본질적인 한계를 드러낸다. 이에 대한 해답은 단순한 제도 개편이 아니라 투명한 성과 평가, 공정한 보상 체계 구축에서 찾아야 한다. 기업들은 평가 지표를 명확히 하고 직원들에게 피드백을 제공하며 성장 기회를 공정하게 보장하는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
‘왜 오래 다녔다는 이유만으로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하나’ ‘성과와 기여도는 어떻게 측정하나’ ‘평가는 얼마나 객관적이고 투명한가’. 쏟아지는 질문에 답하려면 이제는 근속연수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요즘 세대가 바라는 것은 단순히 빠른 승진이 아니다. 시간이 아니라 능력으로 평가받는 공정한 일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