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민의 HR이노베이션] 기업 교육도 혁신이 필요하다

국내 글로벌 기업의 인당 교육비(교육 관련 직원 인건비 포함)는 200만원 가까이 된다. 만약 직원들에게 선택권을 준다고 가정해 보자. 회사에서 1년간 제공되는 교육 프로그램을 받을 수도 있고, 원치 않으면 200만원으로 연간 개인이 주도적으로 온라인이나 외부 기관, 혹은 다양한 교육자료 등을 구입할 수 있다고 했을 때 얼마나 많은 직원이 기존 사내 교육프로그램을 선택할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최대로 잡아도 10%가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70 대 20 대 10 모델은 교육 분야에서 널리 알려진 이론으로 개인의 학습이 일어나는 것이 70%는 경험, 20%는 타인과의 상호작용, 10%는 우리가 전통적으로 생각하는 교실에서 일어나는 교육을 통한다는 것이다.

사내 교육비용 90%가 비생산적

리더십 교육을 예로 들어보면 70%는 리더에게 프로젝트를 맡겨서 조직을 리딩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고, 20%는 코칭이나 직속상사 멘토링을 제공하고, 10%는 리더십 교육을 통해서 제공한다는 것이다. 70 대 20 대 10의 법칙에서 보듯이 우리가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실질적으로 현업에 도움을 주는 비율은 고작 10%다. 성과의 10% 정도만 일어나는 그런 교육 프로그램에 우리는 교육 예산의 거의 90%를 쓴다. 얼마나 비생산적인 일인가.
지난 1월 인천 하나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 연수에 참가한 하나은행 신입사원들.   한경DB
지난 1월 인천 하나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 연수에 참가한 하나은행 신입사원들. 한경DB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기업 교육 담당자의 업무 재정의 및 확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신입사원 교육 담당자가 자신의 업무를 ‘신입사원을 위한 교육을 개발하고 운영해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면 담당자는 모든 에너지를 신입사원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문제없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일에 쏟아부을 것이다. 그러나 신입사원 교육담당자가 본인의 업무를 ‘신입사원이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업무의 정의를 확장한다면 교육 프로그램 말고도 제공할 수 있는 리소스가 무궁무진하다.

둘째, 교육에서 다루는 내용 및 교육 환경이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현업과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독일 심리학자 헤르만 에밍하우스의 망각곡선은 교육공학에서 핵심 공식처럼 적용되고 있다.

사람의 기억은 유한해 어떤 정보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사라진다는 것이다. 대략 6일이 지나면 25% 정도밖에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교육자들은 기억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수립해 학습자들을 괴롭혀온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에밍하우스가 망각실험에 사용한 정보는 의미 없는 문자의 조합에 불과했다는 것이며, 이는 곧 개인에게 의미가 없는 정보는 쉽게 사라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참여자 업무 관련성 반영해야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개인에게 의미 있는 혹은 개인이 관심을 가진 내용이나 수행하고 있는 일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내용을 제공해야 한다. 정보의 필요성(개인의 관심 혹은 연관된 업무)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교육에 더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학습자가 어떤 주제에 대해 관심과 흥미가 있다면 우리는 그들이 학습할 수 있도록 필요한 리소스를 제공하면 된다. 단순한 책자나 아티클, 구글 동영상도 충분히 매력적인 학습도구가 될 수 있다. 기업교육의 혁신이라는 것은 현업에서 실행되는 공식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과감하게 제거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오승민 LG화학 인재육성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