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탄핵 선고 지연에 왜 민노총이 총파업을 하나

민주노총이 26일까지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파면 선고일을 지정하지 않으면 27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사법부 판결까지 파업 대상으로 삼는 기막힌 행태다. 명분 없는 불법적 파업이다. 한국은 물론 독일 등 선진국에서도 파업은 근로조건 개선을 목적으로 할 때만 허용된다. 절차적 문제도 제기된다. 노조는 임금 복지 등과 관련해 사측과 갈등 발생 시 노동위원회 조정 등을 거쳐 파업할 수 있다.

민노총 위원장은 “대통령 즉각 파면을 바라는 각계각층 시민이 함께하는 총파업이 될 것”이라며 정치파업임을 분명히 했다. 현대자동차 등 민노총 소속 개별 노조도 ‘탄핵 인용 때까지 파업 동참’을 결의 중이다.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사용자에게 반발하는 최후의 수단인 ‘파업’을 이렇게 남발해도 되나. 민노총 간부들이 ‘남조선 혁명’ 운운하며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일과 겹쳐 더욱 걱정스럽다.사용자가 단체협약으로 체결할 수 있는 사안이어야 파업이 정당화되는 게 법원 판례를 넘어 상식이다. 파업 요구사항인 ‘탄핵 심판 선고일 지정’은 단체교섭 주체인 사용자 측이 들어주고 싶어도 들어줄 수 없다. 불가능한 일을 요구하며 회사에 큰 타격을 주는 총파업에 나서는 것을 어떤 국민이 공감할 수 있겠나.

민노총의 정치파업은 구제 불능 수준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재작년에는 정권 퇴진과 일본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 저지 파업을 했고, 작년에도 파업 대상이 될 수 없는 노란봉투법·타임오프법 등 정책 문제로 파업했다. 대기업·공기업 고액 연봉 근로자가 민노총 주축이다 보니 노동계 내부의 불만도 크다. ‘주 52시간제’만 해도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유연한 적용이 절실하다며 아우성이지만 거대 야당과 손잡은 민노총은 꿈쩍 않는 모습이다.

정부는 탄핵 국면에서의 공권력 공백을 틈탄 민노총의 불법적 파업에 법과 원칙으로 대응해야 한다. 가뜩이나 글로벌 경제질서가 빠르게 해체되는 도널드 트럼프 시대를 맞아 기업들은 관세폭탄 등 살얼음판이다. 정치집단으로 변질한 노조에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선진국에서 대부분 허용하는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