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당황하지 않는 중국

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Walter Russell Mead WSJ 칼럼니스트
올해 같은 다사다난한 해에는 가장 시끄러운 문제가 반드시 제일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관세 분쟁, 계속되는 중동 혼란 등이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 역사가는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발전이 다른 곳에서 이뤄졌다고 평가할지도 모른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 때부터 미국인은 ‘아시아로 회귀’의 중요성을 이야기해왔다. 하지만 유럽 중심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정신적 전환을 이뤄내는 것은 쉽지 않다.

中 트럼프에 협조 안할 것

이런 문화적 맹점의 가장 큰 수혜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다. 서방의 관심이 주로 우크라이나와 중동 사건에 쏠려 있는 동안 중국은 장기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압박은 계속 커지고 있다. 대만 당국은 최근 섬 남서쪽 해역에서 해저 통신케이블을 절단한 혐의가 있는 중국 선원과 화물선을 억류했다. 중국의 압박을 받고 있는 나라는 대만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호주 정부는 남중국해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전투기가 자국 헬기에 조명탄을 쏘며 안전하지 않고 비전문적인 행동을 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군함은 호주와 뉴질랜드 사이 해역에서 실탄 훈련을 실시하며 중국 해군의 야망을 과시했다. 인도는 중국 해양조사선 두 척이 인도양의 민감한 지역에서 정밀 조사를 벌여 긴장하고 있다.

육상에선 중국이 미얀마 군사 정권에 지원을 강화했다. 미얀마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로 노동자를 파견하고 있다. 최근 태국은 위구르족 난민 40명을 중국으로 송환했다. 미국 외교당국자들은 태국이 난민을 중국에 넘기지 않도록 설득했지만 태국은 미국보다 중국의 목소리를 중요하게 듣고 있다. 기술 분야에서도 중국은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중국의 혁신적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는 실리콘밸리 경쟁사보다 빠르면서 싸게 AI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중국이 적극 움직이고 있지만 서방의 반응은 미약하다. 이는 시 주석에게 희소식이다. 덩샤오핑 시절 중국은 국제적 이목을 피하려 ‘도광양회’(韜光養晦·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 전략을 채택했다. 당시 중국은 약소국으로서 공격적인 외교 정책을 피했고 일본·미국과의 갈등을 최소화했다.

'충동적 리더십' 실패 가능성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중국은 과거였다면 국제적 위기를 초래했을 조치를 과감히 취하고 있다. 서방 세계는 이를 거의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외교 정책에 단순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즉 중국은 순순히 협조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의 시각에서 미국의 힘은 빠르게 쇠퇴하고 있다. 동맹은 균열을 보이고, 사회 결속력은 약화하고 있다. 시 주석 입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리더십’은 때때로 예상치 못한 혼란을 주지만 대체로 아마추어적이고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러시아·이란 간 연대를 깨뜨리기 위해 이란을 위협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유화책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 동맹을 유지할 것이다.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차근차근 목표를 달성하는 모습은 러시아·이란에도 미국의 힘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상기시킬 것이다.

원제 ‘Trump Doesn’t Faze Xi Jinp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