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할 수 없습니다"…연금개혁에 3040 의원들 '분노'

여야 막론 3040 '분노'

구조개혁 빠진 연금법 개정에
청년 의원들 '집단 반기'

민주 이소영 "연금소득세 기금에
기성세대 기여 높여 형평성 확보"

국힘 조지연 "당장 급한 불만 꺼
자동조정장치 포함 구조개혁을"

개혁 이준석 "수년내 연금 고갈
60대 정치인들 시간벌기용 정책"
“반드시 선행돼야 할 구조개혁 담보 없이 모수조정만 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장. 1986년생인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이같이 주장하며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여야가 보험료율(내는 돈·13%)과 소득대체율(받는 돈·43%)에 어렵사리 합의하며 18년 만에 모수개혁 성과를 냈지만 “동의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세대 간 형평성과 기금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구조개혁이 빠졌다는 이유에서다.천 의원뿐만이 아니다. 이날 표결에는 여야 의원 40명이 반대표를 던졌고, 43명은 기권했다. 194명이 찬성해 가결은 됐지만 1980~1990년대생 여야 의원은 대부분 반대표를 던졌다.

◇ 與野 청년 의원들 “구조개혁해야”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연금 모수개혁안을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반대한 40명 중 1980~1990년대생은 13명이다. 이 중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을 뺀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개혁신당 의원 12명은 세대 간 형평성과 재정안정성이 담보돼야 한다며 반대표를 행사했다.

민주당에서 반대한 3명은 장철민(83년생) 이소영(85년생) 전용기(91년생) 의원으로, 이들 모두 30대 중반~40대 중반이다. 국민의힘에서는 김용태(90년생) 김재섭(87년생) 박충권(86년생) 배현진(83년생) 우재준(88년생) 조지연(87년생) 의원이 반대했다. 개혁신당에선 이준석(85년생) 천하람(86년생) 이주영(82년생) 등 소속 의원 3명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같은 또래에서 찬성한 건 민주당 장경태(83년생) 김용만(86년생) 의원 정도다.3040 의원들이 여야 불문하고 모수개혁안에 반대한 건 구조개혁이 빠졌기 때문이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SNS에 “재정안정성과 세대 형평성을 개선하지 못한 이번 개혁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의원은 65세 이상 연금 수급자들이 부담하는 연금소득세를 기금에 적립해 미래 세대를 위한 기성세대의 기여를 높이고, 이를 통해 세대 간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장철민 의원은 “소득대체율 같은 ‘계수’를 경직적으로 운영할 게 아니다”며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 다른 사회보험 재정 상황과 미래 고령층의 재산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금을 운용해야 한다”며 구조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용기 의원은 “구조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미래 세대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꼴”이라며 “구조개혁이 시급하다”고 했다.

여당 소속인 조지연 의원은 “모수개혁 합의안은 당장의 급한 불을 끌 수 있을지 모르지만, 미래 세대가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불합리하다”며 “이른 시일 내에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포함한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당 김재섭 의원도 “시한부 국민연금에 산소호흡기나 달아주는 합의에 동의할 수 없다”며 “지금 당장 구조개혁에 합의해야 한다”고 했다.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모수개혁 합의안에 대해 “60대 정치인들의 시간벌기용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 한목소리 내는 ‘3040’

이들은 조만간 구조개혁 필요성을 주장하는 메시지를 공동으로 낼 예정이다. 한 의원은 “정당을 떠나 너나 할 것 없이 구조개혁 필요성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모수개혁을 계기로 여야 젊은 정치인들이 국가 미래 아젠다에 대해 생산적이고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K엔비디아’ 발언을 계기로 민주당 내에서 과거 ‘타다금지법’ 입법을 성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3040세대 의원을 중심으로 나오기도 했다.

한재영/최형창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