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가려면 필수"…유치원생이 배운다는 '국영수코' [이미경의 교육지책]

필수과목 된 '코딩'
초·중학교 정보수업 2배 확대
유치원도 코딩수업 필수
대입 스펙 노리는 선행학습도
"너무 이른 교육은 효과 제한적"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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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와 중학교 정보수업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남에 따라 코딩 조기교육 시장도 규모가 커지고 있다. 올해부터 코딩교육을 포함한 초등학교 정보수업 시수가 기존 17시간에서 34시간으로 늘어났다. 중학교는 34시간에서 68시간 이상으로 확대됐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학교 코딩수업 비중이 커지자 관련 조기 사교육시장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일부 유치원은 원아 모집 설명회에서 코딩수업을 주요 교육과정으로 내세웠다. 경기 군포 금정동의 한 유치원 원장은 “5세를 대상으로 코딩수업을 하고 있다”며 “요즘은 코딩수업이 없다고 하면 학부모들이 등록을 주저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국어, 수학, 영어만큼 필수 과목으로 자리 잡았다”고 덧붙였다. 실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주요 과목을 일컬어 ‘국영수코’(국어·영어·수학 다음으로 중요한 코딩)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2023년 재능교육이 발표한 ‘유·초등 자녀 코딩 사교육 경험 여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5%가 ‘자녀 코딩 교육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조기 교육 이유로는 ‘학교 교육에서 코딩 과목이 더욱 중요해질 것에 대비해서’(51%)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대학 입시를 고려해 코딩 선행학습을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서울 반포동의 초교 3학년 학부모 차모씨는 “정부가 정보기술(IT)산업을 강조하고 있으니 향후 상위권 대학의 관련 학과 모집 정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특히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세부 특기사항에 코딩 관련 다양한 활동을 기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프트웨어 관련 경진대회 참가 등을 통해 입상 경력도 쌓을 계획”이라고 했다.

교육업체들도 어린이와 초등학생을 겨냥한 코딩 교육 콘텐츠를 늘리고 있다. 전국에 지점을 둔 D코딩학원은 정규 수업과정을 7세반부터 운영한다. 교원은 2023년 온라인 코딩교육 플랫폼 ‘아이캔두 코딩’에 유아 입문 단계를 새롭게 추가했다. 전문가들은 아이의 발달 수준에 맞지 않는 코딩교육은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김기응 KAIST 김재철AI대학원 교수는 “컴퓨터를 활용한 문제 해결 능력이 코딩의 핵심”이라며 “수학·과학적 사고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시기에 프로그래밍 교육을 받는 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