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수영 영웅', 여성·아프리카 최초 IOC 위원장 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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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스티 코번트리 제10대 IOC 위원장
‘7대1 경쟁’ 1차 투표 97표 중 49표 획득
아테네·베이징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
선수 이어 행정가로도 역사적 ‘기록 제조’
코번트리는 20일(현지시간) 그리스 코스타 나바리노에서 열린 제144회 IOC 총회에서 제10대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신임 위원장으로 6월에 부임할 코번트리의 임기는 8년이며, 한 차례 4년 연장할 수 있어 최장 12년간 ‘세계 스포츠계 대통령’으로 일할 수 있다.

코번트리는 남성이 지배해 온 IOC 유리 천장을 한 번에 산산조각 냈다. 1894년 초대 위원장인 디미트리우스 비켈라스(그리스)가 선출된 이후 130여 년의 역사에서 여성 IOC 위원장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아프리카 출신의 IOC 위원장도 코번트리카 최초다. 1∼9대 위원장 가운데 독일 출신의 토마스 바흐(독일) 현 위원장 포함 8명이 유럽 출신,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활동한 에이버리 브런디지 제5대 위원장만 미국 출신이었다.
수영 선수 출신인 코번트리는 올림픽 메달만 7개(금2·은4·동1)를 보유한 짐바브웨의 스포츠 영웅이다. 짐바브웨가 동·하계를 통틀어 역대 올림픽에서 따낸 메달은 모두 8개(금3·은4·동1)인데, 그중 1980년 모스크바 대회 여자 필드하키 금메달을 제외한 모든 메달을 코번트리가 따냈다. 특히 2004년 아테네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여자 배영 200m에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코번트리는 2016년 선수 생활을 마친 뒤엔 본격적으로 체육 행정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앞서 2012년에 IOC 선수위원으로 선출돼 행정 분야로의 발판을 놓은 그는 8년간 활동하며 선수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2023년부터는 IOC 집행위원으로 일했고, 2032년 브리즈번 하계 올림픽 조정위원회도 이끌어왔다.
코번트리는 이번에 IOC 위원장에 당선되면서 3년 앞으로 다가온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스포츠 이슈를 해결해야 한다. 아울러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IOC의 역할과 젠더 문제, 러시아의 올림픽 복귀 로드맵 설정, 미국과 새로운 중계권 계약 체결 등을 숙제로 받았다. 그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여러분 모두가 내린 결정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하겠다”며 “이제 우리는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번트리 당선인의 임기는 우선 2033년까지다. 이 기간 4번의 동·하계 올림픽을 관장한다. 우리나라 전북이 도전장을 내민 2036 하계올림픽 개최지 결정도 코번트리의 임기 중 이뤄진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