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청년들에 죄송"…정치권 '폭탄' 된 연금개혁 [이슈+]

與 "당론 아냐…현실로 합의한 것"
與연금특위 총사퇴 "청년에 개악"
野 청년 정치인들도 "동의 어려워"
李는 "국회가 칭찬받을 일" 평가만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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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양당 합의로 18년 만에 국민연금 개혁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지지층을 막론하고 청년들의 반발이 거세다. '더 내고 더 받는다'는 게 골자라 하지만, 앞으로 수십년간 보험료를 내는 청년들에게는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청년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날 선 반응이 잇따르는 가운데, 국민의힘 지도부는 "청년들에게 미안하다"고 밝혔다.

◆ 與 "2030에게 미안한 마음"…특위 총사퇴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 및 국가 지급 보장 명문화, 군 복무·출산 크레디트 확대 등 모수 개혁을 담은 국민연금 개혁안에 합의하고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다만 표결에서는 84표의 반대·기권표(반대 40명, 기권 44명)가 쏟아졌다. 젊은 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7개의 반대·이탈표가 나왔다.합의안은 '내는 돈'인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높이기로 했다. 내년부터 해마다 0.5%포인트씩 8년간 오른다. '받는 돈'을 정하는 소득대체율(연금 가입 기간의 평균 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은 내년부터 43%로 올린다. 소득대체율은 올해 기준 41.5%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당연히 (연금 개혁 법안 찬성을) 당론으로 정한 게 아니고, 당내 비판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씩 나아가야 할 수밖에 없는 현실로 합의에 이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30의 (연금 개혁안 반대) 목소리도 알고 있다"며 "그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연금 특위가 만들어놓은 좋은 안들이 있었는데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청년세대에 부담만 주는 개악(改惡)을 한 것에 연금 특위 위원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특위 위원들은 항의 차원에서 이날 총사퇴를 결정했다.기권표를 던진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연금 개혁이라고 할 수 없다"며 "일본은 100년 후 자손들이 계속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를 추계한다. 그런데 민주당에서는 현재 기성세대들이 연금으로 생활할 수 있는가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무책임한 포퓰리즘에 여야가 담합한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청년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니 청년들의 실망이 크고 연금 가입을 주저하게 된다. 앞으로의 연금 개혁은 더 꼬이고 어렵게 됐다"고 비판했다.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분노한 청년들에게 죄송하다"면서 "근본 원인은 저희가 여러모로 부족해서 크게 물러나 타협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연금 재정을 조금이라도 안정시키기 위해 구조개혁에 애쓰겠다"고 전했다.

◆ '여야 불문' 분노한 청년 정치인들

여야 젊은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에서는 30대 김용태·우재준·김재섭·조지연 의원 등을 중심으로 소속 의원 절반이 넘는 56명이 기권·반대표 행사했다. 야당에서도 30대 전용기·김동아·모경종 등 의원들이 기권·반대표 행사했다.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표결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더 내는' 건 청년세대이고 '더 받는' 건 기성세대라는 것"이라며 "연금 개혁은 세대 간 양보가 있어야 하는 일"이라고 짚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 기득권을 장악한 기성세대의 협잡이다. 미래세대를 약탈하겠다고 합의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결국 국민연금의 만성적인 적자 구조는 해결되지 않고 조금 더 어린 세대에게 다시 전가될 뿐"이라면서 "세대 간 형평성을 보장하는 방향을 원칙으로 해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이소영 의원도 "현시점의 연금 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국민연금 고갈에 대한 청년세대의 불신을 해소하고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면서 "지금의 국민연금이 가진 위기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인지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가 어렵다"고 힐난했다.천하람 개혁신당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전날 국민연금법 개정안 반대토론에서 "부모가 둘이서 합의했다고 해서 자식의 저금통을 털어 쓰는 것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며 "'폰지 사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폭탄 넘기기는 이제 그만하고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 앞세대에서 최소한의 폭탄 해체작업을 해두지 않으면 뒷세대는 말 그대로 폭발하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연금 개혁 합의에 대해 "모처럼 국회가 그리고 정치권이 국민들로부터 칭찬받을 일을 해냈다"고 말했을 뿐 청년과 관련된 말은 없었다.

정치권이 청년층 민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과 관련해선 조기 대선이 있을 경우 '캐스팅보트'인 20~30세대의 표심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현보/이민형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