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식 추기경 "탄핵 선고 늦어져 극도의 혼란…지체할 이유 없어"

영상 담화문 발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이 헌법재판소에 정의롭고 신속한 결정을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지연돼 사회 혼란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는 취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유 추기경은 영상 담화를 통해 "위기의 대한민국을 위한 갈급한 마음으로 헌재에 호소한다"며 "우리 안에, 저 깊숙이 살아있는 정의와 양심의 소리를 듣는다면 더 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유 추기경은 2021년 6월 한국인 성직자로는 최초로 교황청 장관에 임명됐다. 2022년 5월29일에는 한국인 네 번째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고통에는 중립이 없다'고 말씀하셨다"며 "이와 마찬가지로 정의에는 중립이 없다. 우리 헌법이 말하는 정의의 판결을 해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여러 언론인과 사회 지도층, 종교계 인사들로부터 프란치스코 교황의 건강에 대한 우려와 함께 비상계엄 이후 혼란한 한국 사회에 대한 진솔한 의견 표명을 요청받았다고 설명했다. 법과 양심이 사회의 근간이 돼야 하지만, 이를 가볍게 여기는 풍조가 만연하고 특히 사회 지도층이 법과 정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또 선고가 지연되며 대한민국에 극심한 혼란과 불안이 찾아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갈등이 깊어질수록 공영의 길이 멀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나아가 사회가 조속히 안정되기 위해 헌재가 신속하게 잘못된 판단과 결정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근황을 전하며 전 세계의 기도를 요청했다. 교황은 폐렴으로 한 달 넘게 입원 중이다. 그는 "교황은 의사들의 치료에 순응하며 모든 고통과 어려움을 하느님께 맡기고 있다"며 "병세가 호전돼 곧 교황청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교황의 빠른 회복을 위해 기도해준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