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주스 안 마셔요" 돌변에 초비상…무슨 일 있었길래 [한경제의 신선한 경제]

수요 감소에 오렌지주스 선물 가격 반토막

비싼 가격·쓴맛에 소비자 외면
생산량 회복에도 수요 침체 지속 우려
(사진=AFP연합뉴스)
최근 몇 년간 이상 기후 여파로 치솟았던 오렌지 주스 선물 가격이 올해 들어서는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높아질 대로 높아진 가격에 소비자들이 오렌지 주스 소비를 줄이기 시작하면서다. 연이은 작황 부진으로 인한 오렌지 품질 저하도 추가 수요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21일 뉴욕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오렌지 주스 농축액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2.76달러로, 올해 초(1월 2일·4.99달러) 대비 44.6% 급락했다. 지난해 9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5.55달러)의 절반에 못 미치는 가격이다.
오렌지주스 선물 가격(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단위=파운드당 센트)
오렌지주스 선물 가격은 세계 2위 오렌지 생산국인 미국의 플로리다 지역에 허리케인과 한파가 닥친 2022년 말 이후 오르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에 플로리다에서는 감귤 녹화병(오렌지가 쪼그라들거나 익지 않고 정상 수확기보다 일찍 나무에서 떨어지는 병)이 확산했고, 병충해는 세계 최대 오렌지 생산국인 브라질까지 번졌다. 브라질의 극심한 가뭄, 화재 등 자연재해도 생산량에 영향을 미쳤다. 공급 부족에 시장에서는 오렌지 선물 매수세가 강해지며 가격 상승 곡선은 더욱 가팔라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소비자 수요가 줄어든 탓이 크다. 원자재 시장 분석 업체 엑스파나의 해리 켐벨 분석가는 “오렌지 주스 수요가 절벽에서 떨어지듯 급감했다”며 “슈퍼마켓에서 오렌지 주스가 거의 팔리지 않고 있고, 한 유럽 생산자는 ‘주스를 슈퍼마켓에 납품할 때 먼지떨이를 함께 보낸다’고 전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오렌지 주스를 외면해 제품에 먼지가 쌓이고 있다는 얘기다.
(사진=AFP연합뉴스)
품질 저하도 수요 감소 우려를 키우고 있다. 감귤녹화병에 걸린 나무에서 수확된 오렌지는 쓴맛이 강하다. 오렌지 공급이 부족하니 주스 가공업체들은 예전보다 낮은 품질의 오렌지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통 오렌지 주스 가공업체들은 일정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이전 수확 시즌의 냉동 오렌지 주스를 당해 시즌의 원료와 혼합하는데, 오렌지 공급 감소세가 3년 연속 이어지면서 이러한 재고마저 바닥났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브라질 응용경제연구소(CEPEA)는 최근 보고서에서 “브라질산 오렌지의 당도 대비 산도 비율이 주스 가공에 최적인 수준 이하로 떨어졌으며, 수확 시기 불균형으로 인해 생성된 ‘리모닌’이라는 쓴맛을 내는 성분이 최종 제품에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오렌지 생산량은 점차 회복될 전망이다. 라보뱅크에 따르면 올 7월에 시작되는 수확기에 오렌지 생산량은 전년 대비 약 20%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즉각적인 소매 가격 인하나 수요 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고 FT는 분석했다. 소매업체들은 가격 급등기에 체결했던 장기 계약 때문에 오렌지주스 선물 가격이 떨어졌음에도 소매 가격을 낮출 수 없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고 이는 추가적인 수요 감소를 유발한다고 캠벨 애널리스트는 지적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