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보이콧' 1호 음악가 테츨라프 “美 민주주의에 배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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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화상 인터뷰“베토벤은 교향곡 ‘영웅’으로 자유와 평등을 주장했던 작곡가에요. 이러한 가치들을 미국에선 더 이상 못 볼 것 같아요.”
오는 5월 1·2일 내한 공연...브람스·프랑크 등 연주
"내년 4월까지 美 공연 22개 취소...음악도 자유 강조"
"중요한 건 약자에 대한 배려...음악으로 사람 모아야”

테슬라프는 최근 한 달 간 문화계 동향을 논할 때면 빠지지 않고 소개되는 인물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밀착 행보에 불만을 품고 지난달 미국 투어 공연을 취소해서다. 올 봄부터 내년 4월까지 22차례에 걸친 연주회 일정을 과감히 없앴다. 이후 헝가리 피아노 대가인 안드라스 쉬프도 미국 공연을 취소하면서 트럼프 보이콧에 나선 클래식 음악계의 전선이 넓어졌다. 테츨라프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공연 보이콧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자기만의 길 간 수크 조명”오는 5월 내한 공연에선 곡별로 콘셉트를 달리했다. 테츨라프는 공연 1부를 요제프 수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네 개의 소품’,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3번’으로 짰다. 2부에선 시마노프스키의 ‘신화’,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선보인다. 이들 4개 작품은 작곡 시기가 25년 내로 시기적인 차이가 크지 않지만 음악적인 요소가 뚜렷히 대비된다. 1부 첫 주인공은 테츨라프가 지난해 녹음 앨범을 내놨던 수크다.
테츨라프는 “수크는 인상주의, 표현주의, 무조음악 등을 놓고 자기만의 길을 꿋꿋이 걸어간 작곡가지만 그간 많은 조명을 받진 못했다”며 “공연의 첫 곡으로서 그를 조명하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1부의 끝은 브람스다. 테츨라프는 “브람스의 소나타는 독일 낭만주의 전통을 계승했지만 야수성이 넘치는 면모도 갖고 있다”며 “(2부 공연인) 프랑크와 시마노프스키의 곡에선 반대로 프랑스 음악의 강한 영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테츨라프는 스트라디바리우스와 같은 고악기 대신 현대에 만들어진 바이올린을 애용하는 연주가로도 알려져 있다. 바이올리니스트가 수십억원 하는 고가 고악기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은 것과 대비된다. 그는 “현대 악기와 고악기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면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큰 차이가 없다”며 “스트라디바리우스 소리가 더 낫단 반응이 나오기도 하지만 (난) 악기 자체에 대해선 큰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쓰는 악기도 균형감이 좋고 깊은 소리, 밝거나 어두운 소리 등을 잘 들려준다”고 덧붙였다.
연주자의 악보 해석 방식을 놓고서도 테츨라프는 뚜렷한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연주로 전하려는 이야기는 내 이야기가 아닌, 작곡가의 이야기”라며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G장조를 보면 슈만을 잃은 상실감, (삶에 대한) 성찰 등이 반영돼 있는데 이는 악보를 파고들며 연구해야 드러나는 요소”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악보에 너무 집중하면 현학적인 연주가 돼 개인의 자유가 잊혀지기 쉽다고 말합니다. 저는 반대라고 봐요. 악보에 집중할수록 작곡가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어요. 브람스의 작품에서도 (악보에) 집중하면서 그 안에 담긴 깊이를 발견했을 때 일종의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