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 바꿔주고 갔다가 참변…산불 사망 공무원 부모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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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뉴스1에 따르면, 이날 오전 경남 산청군 산청장례식장에서 열린 30대 강모 씨와 산불진화대원 3명의 시신이 임시 안치된 장례식장에서 강 씨의 부모님은 강 씨의 이름을 연신 부르며 오열했다. 고인이 된 강 씨는 4년 차 녹지직 공무원이었다. 2021년 10월 임용 당시 창녕군 산림녹지과로 발령받아 근무해왔다. 강 씨는 최근에는 군청보다 일이 더 많은 도청 근무를 지원했고, 경남도청 전입을 위한 시험과 면접까지 마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8일 최종 발표를 남겨두고 있었다.
강 씨는 전날 창녕군 산불진화대원 8명과 산청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산청 구곡산 7부 능선에서 진화 작업을 벌이던 중 갑작스러운 역풍에 의해 고립되면서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 어머니는 "아들이 지난 3년간 담당 과에 남성 직원이 적어 산불이 날 때마다 출동하고, 지난해 산불이 많이 발생했을 때는 출동했다가 집에 잠시 오고 다시 바로 나가고, 24시간 근무도 했다"며 "이번에는 당직도 아니었는데 당직을 바꿔주고 올라갔다가 이렇게 됐다"고 했다. 강 씨 아버지는 "군대에서 전역 앞두고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라며 "아들이 이제 산에 그만 다니고 도청 가서 일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됐다"며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강 씨 부모님은 이번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 씨 아버지는 "산불이 발생하면 큰불은 헬기로 진화하고 산불진화대원들은 잔불 정리만 하는데 아들이 어떻게 그 큰불이 나고 있는 높은 곳까지 올라갔겠냐"며 "경찰도 공무원들도 그렇게까지 올라갔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고 했다.
이어 "아들이 말단 공무원이다. 분명히 밑에서 누군가한테 지시받고 올라갔을 것인데 이게 지금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지도 않고, 책임자도 불분명한 상태"라며 "소방관도 아니고, 전문 인력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무리하게 투입됐는지에 대해 진상조사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에 대한 장례는 창녕군 창녕서울병원장례식장에서 치러진다. 구체적인 장례 절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합동분향소는 창녕군민체육관에 설치되며, 조문은 24일 오전 9시부터 가능하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