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계좌 해외펀드 공제율 '줄다리기'

배당 이중과세 방지
정부, 공제율 고심 중
낮게 설정하는 案 검토

금투업계 "공제율 높여
투자자 혜택 늘려야"
연금계좌 내 해외펀드 공제율을 두고 기획재정부가 고심에 빠졌다. 금융투자업계는 공제율을 최대한 높여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기재부는 연금계좌가 이미 저율 과세 혜택을 받고 있다고 판단, 공제율을 낮게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재부는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등 연금계좌에서 투자한 해외펀드 배당에 대한 이중과세 방지 방식을 확정하고, 공제율을 정하기 위한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정부가 마련한 방식의 핵심은 해외에서 낸 세금을 ‘크레디트’ 형태로 관리하는 것이다. 펀드에서 해외 과세당국에 지급한 배당소득세 규모를 파악해 관리하다가 연금 수령을 시작할 때 내는 연금소득세나 계좌를 해지할 때 내는 기타소득세에서 감면해주는 방식이다.

중요한 건 크레디트 적립을 위해 적용하는 공제율이다. 국가마다 소득세율이 다르다. 한국은 배당소득세율이 14%지만 미국은 15%, 중국은 10%를 적용한다. 일반 계좌에서는 우리보다 세율이 높은 국가에서 받은 배당은 추가로 과세하지 않고, 세율이 낮은 국가에서 받은 배당은 세율 차이만큼 추가 과세한다.

문제는 연금계좌에선 동일한 방식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배당받는 시점과 세금을 내는 시점인 연금 수령 시점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투자 상품을 하나씩 따져 세율을 매기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외국에서 배당소득세를 뗀 금액에 대해 연금소득세나 기타소득세를 이중과세하게 되는 점도 문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펀드가 투자한 지역에 상관없이 동일한 공제율을 만드는 방안이 거론된다.

금융투자업계는 이 공제율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동일한 14% 수준으로 맞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재부는 연금계좌에 대한 세금이 낮은 만큼 동일한 공제율을 적용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외국 납부 세액공제 방식 변경으로 과세이연 효과가 사라진 상황에서 공제율을 높여 투자자 혜택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