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주식 공매도 재개를 환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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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33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공매도를 금지한 지 1년4개월여 지났다. 한국 주식시장의 근본적인 판도와 체질을 변화시킬 정도의 주가 상승은 일어나지 않았다. 당시 일부 투자자는 공매도가 특정 테마주 상승을 억압해 주가가 적정 수준으로 오르지 못하고 있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공매도 금지 이후 해당 테마주는 대부분 끝없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을 뿐이다.주가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펀더멘털(체력)과 경기 상황을 반영하는 일종의 지표다. 주가 상승이 역으로 경영 성과나 경제 상황을 개선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주가가 올라야 국가 경제가 발전할 것이란 맹목과 착각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공매도를 통해 기관투자가와 외국인 투자자는 큰돈을 벌고, 개인투자자는 부당한 피해를 봤다는 주장 역시 한 번도 입증되지 않았다. 기관투자가와 외국인 투자자의 거대한 포트폴리오 내에서 공매도 포지션은 일부일 뿐이다. 공매도 거래로 얻은 이익을 정확히 측정할 방법도 없다. 정상적인 이익을 넘어선 부당한 초과이익이라는 것도 증명된 바 없다. 무차입 공매도 혐의로 최초로 기소된 HSBC 역시 최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에 따른 부당한 이익이 증명되지 못했다는 건 역으로 개인투자자의 부당한 피해 역시 입증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제는 주식 공매도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가 풀리기를 기대한다. 소모적인 논쟁을 지속하는 것은 시장 발전과 신뢰 회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개인투자자의 성과가 나아지지도 않는다. 공매도 금지가 국가 경제를 더 좋게 바꿀 리도 없다.공매도 금지로 주식 시장의 질이 저하하고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만 위축됐다. 국제 신인도 하락으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시장 지수 편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국가 경제적 비용만 발생시켰다. 공매도 금지라는 거대한 실험을 통해 ‘공매도 금지가 주가 부양책이 될 수 없다’는 분명한 결론을 확인한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될지 모르겠다.
이달 31일 주식 공매도 전면 재개는 늦었지만 다행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투자자가 불만을 많이 제기하던 주식 대차시장 거래시스템과 규제가 크게 정비됐다. 공매도 거래의 투명한 관리를 도모한다는 취지로 공매도 전산시스템(NSDS)도 구축했다. 앞으로 주식 공매도를 또다시 금지하고 재개해 시장 혼란을 초래하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