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 쌓듯 '본업' 확장…경영난 겪던 광산 인수해 '수출 금맥' 캤죠"

불황 이기는 인터뷰
'튼튼한 벽돌'로 시작한 품질 집념…김승주 삼양 수석부회장

M&A로 위기 극복
레미콘은 건설 경기에 민감
고비 때마다 휘청이자 생존 모색

철광석·바나듐 등 희소광물 채굴
일본·중국 등에 수십억 수출 쾌거
2027년엔 '1兆 매출' 달성 전망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현장 장악
"가망 없다 생각할 때가 투자 기회"
김승주 삼양 수석부회장은 “광산 사업을 통해 2027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이 경기 포천 관인광산에서 티타늄을 함유한 철광석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솔 기자
김승주 삼양 수석부회장은 “광산 사업을 통해 2027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이 경기 포천 관인광산에서 티타늄을 함유한 철광석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솔 기자
벽돌 사업으로 시작한 삼양이란 기업이 있다. 화학사업이 주축인 삼양홀딩스와 라면회사인 삼양식품과는 또 다른 기업이다. 창업주인 김정양 회장이 1970년 세운 삼양콘크리트공업이 모태인 곳이다. 설립 초기부터 ‘튼튼한 벽돌 하면 삼양’이란 입소문이 퍼져 1980년대 청와대를 대대적으로 보수할 때 주요 건물의 벽돌을 납품하면서 성장했다.

그러나 주거 중심이 아파트로 넘어가자 벽돌의 한계는 뚜렷해졌다. 자연스레 삼양도 벽돌 회사에서 콘크리트 회사로 변신을 시도했다. 지역별 레미콘 회사를 인수하며 건축자재 전문 기업으로 체질을 바꿔 나갔다. 건자재로 날개를 달았지만 여러 번 고비를 맞았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경기가 고꾸라질 때마다 건자재는 같이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창업주의 맏딸인 김승주 삼양 수석부회장이 부친 등 가족들과 상의해 자원 사업을 추진했다. 처음엔 레미콘 원부자재인 골재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지만 철광석 같은 지하자원까지 보유하면 위기 때 캐시카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여러 광산을 수소문하던 중 경영난을 겪던 경기 포천의 작은 광산을 2016년 인수했다. 그 후 국내 유일의 경제성 있는 철광석 생산지로 변모시키는 데 성공했다. ‘다들 가망성이 없다고 생각할 때가 투자 기회’라는 믿음이 아버지와 함께 작은 벽돌 회사를 연매출 4000억원대 중견기업으로 키워낸 비결이다. 다음은 김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삼양의 첫 사업은 벽돌이었습니다.

“벽돌을 생산한 삼양콘크리트공업이 부친의 첫 사업체였어요. 이후 인수한 포천의 두 레미콘 회사가 그룹의 모태가 됐죠.”

▷다른 회사와 차별화한 강점이 있나요.

“레미콘은 건설 현장에 ‘완성되지 않은 제품’ 상태로 90분 이내에 도착해야 하는 건축자재입니다. 품질도 점점 높은 수준을 요구하고 있죠. 부친께선 벽돌 사업을 할 때부터 고품질 자부심이 컸습니다. 그래서 청와대에도 납품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최고 품질의 레미콘’을 적기에 운송하는 게 우리의 장점이 됐습니다.”

▷레미콘은 건설경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맞아요. 특히 최근엔 수주 급감과 단가 하락, 건설사 부실 위험으로 ‘3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레미콘 매출이 전체의 50%를 넘다 보니 2023년 4400억원이던 그룹 매출이 지난해 3800억원으로 줄었습니다.”

▷그래도 광산 덕을 좀 봤다고요.

“그렇습니다. 2016년 이후 여러 광산을 인수하지 않았으면 매출이 급감했을 겁니다. 광산 사업이 좋아 그룹 전체적으로 선방했고 이익률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겁니다.”

▷어떻게 광산을 인수했습니까.

“레미콘 사업을 잘하려면 안정적으로 골재를 조달받아야 합니다. 골재 인수처를 알아보다 포천의 관인광산을 알게 됐어요. 당시 철광석 국제 시세가 바닥이었습니다. 기존 레미콘사업과의 시너지, 철광석 가격 상승까지 기대하면서 옛 동원리소스의 광산을 인수했습니다.”

▷그 회사가 삼양리소스인가요.

“네, 향후 우리의 성장동력이 될 회사입니다. 지난해 150억원의 매출이 나왔습니다. 고함량 티타늄과 철광석, 바나듐을 분리해 수출을 본격화하는 내년 하반기부터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삼양리소스의 광물 광업권은 몇 개죠.

“광물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특정 지역에서 광물을 채굴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광업권이라고 하는데요, 경기 포천 관인광산과 충북 제천 금성광산 등 총 7개 광업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자원 불모지가 아니었습니다.

“현재 채산성 있는 티타늄을 보유한 철광석 생산지는 국내에서 우리 광산이 유일합니다. 다른 철광산에서는 티타늄이 없는 순수 철(Fe)만 나옵니다.”

▷철광석이 제철소에서 어떻게 쓰이죠.

“티타늄을 함유한 철광석은 제철소 고로를 보호하는 재료로 쓰입니다. 초고온에 티타늄이 녹으며 고로 외벽을 코팅하는 방식으로 보호해주는 원리입니다. 고로 온도가 너무 올라가지 않도록 제어하는 핵심 기능을 합니다. 그래서 티타늄 함유량이 중요한데 관인광산에서 나오는 철광석은 티타늄 함량이 17%에 달합니다. 중국산(10~12%)과 다른 나라 제품(15%)보다 고품질에 속합니다.”

▷고부가가치 제품이군요.

“티타늄 함유율이 17%면 고로에 바로 쓸 수 있는데 품질이 낮으면 재가공해야 합니다. 당연히 비용이 더 들죠. 고품질을 찾는 세계 유명 제철소들이 우리 철광석을 선호하는 이유입니다. 품질이 좋다는 소문이 나서 이미 일본, 중국 등에 수십억원어치를 수출하고 있습니다.”

▷티타늄 외에 또 어떤 광물이 있습니까.

“티타늄을 함유한 철광석을 선별해서 얻을 수 있는 바나듐도 있습니다. 2차전지용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핵심 소재인 고부가가치 광물이죠. 이미 유관기관과 공동 연구를 마치고 내년 하반기 설비를 완공하면 바나듐을 본격 생산합니다. 국내 반도체 대기업과도 양해각서(MOU)를 맺었습니다.”

▷몰리브덴도 채굴한다고 들었습니다.

“그건 금성광산에서 캐고 있습니다. 몰리브덴은 차세대 반도체용 소재로 쓰일 수 있습니다. 반도체 집적도가 높아지면서 기존 소재인 텅스텐을 대체할 차세대 배선 소재입니다.”

▷부친이 강조한 얘기가 있다고요.

“‘다 가지려고 하지 말아라, 욕심을 내면 분명 탈이 나고 또 다 가질 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도 적절한 이득을 얻게 해줘야 한다’고 자주 얘기했고요. 무엇보다 ‘우리가 제품을 제대로 만들면 세상은 반드시 알아준다’고 강조했어요.”

▷다른 경영 방침도 있나요.

“인재 경영입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우수 인재가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이죠. 우리 직원들이 성장하는 것에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목표는 무엇입니까.

“일단 2027년 그룹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입니다. 삼양과 함께하는 임직원, 다른 기업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추가 인수합병(M&A)도 검토 중입니다.”

삼양그룹은 레미콘·희소광물…모든 사업이 '알짜'

삼양그룹은 사업을 총괄하는 ㈜삼양 아래 건설자재 사업 부문과 신성장 사업 부문으로 나뉜다. 건자재 부문의 주축은 벽돌 사업 다음으로 시작한 레미콘사업부다. 경기 포천시를 주요 사업장으로 둔 삼양기업을 비롯해 평안산업, 우리·우림·삼양·삼정·삼성레미콘 등 지역별 레미콘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모래와 자갈 같은 골재를 생산하는 삼양콘크리트공업과 아스콘(골재+아스팔트)을 제조하는 삼양아스콘도 건자재 부문 안에 있다.

삼양이 2023년 인수한 건설업체 태영피씨엠도 건자재 사업의 알짜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주력 사업인 ‘PC(precast concrete) 공법’은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건물을 완공하는 ‘모듈러 건축’의 핵심으로 꼽힌다. 공장에서 미리 필요한 크기와 형태로 제작한 콘크리트 부재를 건설 현장으로 운송해 조립·설치하는 방식이다. 전북 익산과 충북 영동에 공장을 둔 이 회사의 매출은 지난해부터 급증하고 있다.

신성장 사업 부문의 핵심은 삼양리소스와 삼양마이닝이 이끄는 자원사업부다. 삼양은 2016년 포천 관인광산을 보유한 동원리소스를 인수해 삼양리소스로 사명을 바꿨다. 현재 관인광산에서 채굴할 수 있는 철광석은 400만t에 가깝다. 추가 개발을 통해 20년 이상 그룹의 먹거리로 삼을 분량인 1000만t가량을 확보할 것으로 삼양 측은 내다보고 있다.

삼양마이닝은 충북 제천에서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각광받는 몰리브덴을 생산하고 있다. 신성장 사업 부문 안엔 순환자원사업부(삼양에코), 인덕션사업부(삼양휴텍), 레저사업부(필드림골프)도 있다.

■ 김승주 수석부회장은…

△1972년 서울 출생
△1995년 우리레미콘 입사
△1996년 삼양콘크리트 사원
△1997년 우리레미콘 회계·경리
△2006년 우리레미콘 대표
△2014년 삼양기업 부회장
△2024년 ㈜삼양 대표이사 겸 그룹 수석부회장

남양주=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