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따도 月 200만원"…외국인 유학생 '한국 탈출'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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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등돌리는 이공계 유학생
임금·연구기회 '차별 대우'…비자 전환율도 0.38% 불과
첨단분야 인재 육성 '경고등'
예체능 박사과정 7.7배 늘때
AI 등 공학계열선 1.2배 그쳐
학위 중도 포기자는 가장 많아
공들여 키워도 도로 뺏길 판
외국인 참여 제한에 연구 못하고
취업 비자 못받아 결국 '본국행'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20일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최근 펴낸 ‘첨단 분야 인재 확보를 위한 외국인 고급인력 유치 활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3년 외국인 공학 계열 박사 과정 입학생은 911명으로 2016년 775명에 견줘 1.2배(136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사회 계열(경영·법학·정치·사회) 입학생이 439명에서 1557명으로 3.5배, 예체능(연극·영화·음악·미술) 전공은 212명에서 1627명으로 7.7배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이공계 유학생 유입은 사실상 정체돼 있는 셈이다.학위 과정을 중도 포기하는 유학생도 늘고 있다. 2016년 138명이던 공학 계열 박사 과정 제적생은 2023년 208건으로 증가했다. 같은 해 박사 과정 제적생 중 공학 전공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6.6%로 모든 전공 가운데 가장 높았다.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행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로는 경직된 비자 제도가 꼽힌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이공계 외국인 대학원생 1000명에게 ‘우수 외국인 유학생의 국내 노동시장 진출을 위해 필요한 제도’(복수응답)를 묻자 ‘외국인 전문 인력에 대한 비자 유연화’(75.0%)라는 답변이 가장 많이 나왔다.

박사 학위 취득자의 취업 후 연간 근로소득을 분석한 결과, 이공계 전공 외국인의 30.2%는 연간 소득이 2000만원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5000만원이 넘는다는 사람은 11.9%에 불과했다. 한국인은 44.0%가 5000만원 이상 번다고 답한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연구 환경 개선’도 과제다. 일본 국적의 한 연구자는 “한국 연구재단이 발주하는 과제는 국적 제한이 있어 외국인이 연구 책임자로 참여할 기회가 제한된다”고 지적했다. ‘첨단 분야 연구 및 진로 정보 채널 부재’ ‘승진 기회 부족’ 등도 개선 과제로 꼽혔다.이렇다 보니 기껏 키워 놓은 외국인 우수 인재가 기회만 되면 해외로 나가는 모습이 포착된다. 한 공공기관 인사담당자는 “외국인은 국제기구나 본국 교수로 금방 이직해 근속 기간이 짧은 편“이라고 했다. 연구진이 이공계 외국인 대학원생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2.2%는 현재 연구(전공) 분야가 인공지능(AI), 첨단 부품, 바이오헬스 등 ‘5대 첨단 분야’라고 했다. 국내 첨단산업 발전에 기여할 ‘고급 인재’라는 의미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