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신부 어머니가 한국 오면…" 파격 정책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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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가사 도우미 '최저임금 적용 안받고' 쓴다
유학생·결혼이민자 가족 등
체류 외국인과 '직접 계약' 허용

서울시와 법무부는 서울에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외국인과 사적 계약을 맺어 ‘가사활동인’으로 고용할 수 있게 허용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한다고 23일 밝혔다.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작년부터 벌인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최저임금을 적용해 강남 등 고소득 가구만 이용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각 가정이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과 사적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규제를 우회하는 방안이 논의됐고, 서울시와 법무부가 이번에 시범사업에 나선 것이다.대상은 서울에 체류·거주하는 성인 외국인 중 유학생, 유학 졸업생, 결혼이민자 가족, 전문인력 배우자 등이다. 서울시 등은 24일부터 모집해 4~5월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들을 가사·육아도우미로 쓰기 원하는 가정은 6월부터 민간 매칭 플랫폼을 활용해 계약할 수 있다. 6세 이상, 18세 이하 미성년 자녀를 둔 서울시 가정이면 신청할 수 있다. 서비스 이용료는 민간 자율에 맡긴다.
"근무시간·임금, 직접 정하세요"…외국인 가사 도우미 시장 활성화되나
체류 외국인 직접 고용 시범사업
이번 시범사업에서 가사·육아도우미로 활동할 수 있는 외국인은 유학생(D-2), 졸업생(D-10-1), 결혼이민자 가족(F-1-5), 전문인력(E-1~E-7, F-2, F-4, H-2)의 배우자(F-3) 등 네 종의 비자를 소지한 체류자다. 외국인 유학생이 학업 및 취업 준비 중 아르바이트로 가사도우미 일을 하거나 한국에 체류하는 베트남 신부의 친정어머니가 육아도우미로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비자를 보유한 체류자는 2023년 기준 8만2765명이다. 시범사업 목표는 300가구 매칭이다.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지난해부터 시행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과 차별화되는 것도 이 지점이다. 이 사업은 출범과 동시에 ‘서비스 이용료가 높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가사서비스 제공업체 등 민간 기업에 근로자로 고용된 후 개별 가구에 파견되는 방식이어서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등의 보호를 받는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 퇴직금, 주휴수당 등 인건비를 지급해야 해 주 40시간 기준 월 이용료가 292만3200원에 달한다. “일반 가구는 활용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은 이유다.
서비스 이용 방식도 달라진다. 외국인 가사활동인은 민간 플랫폼(이지태스크)을 통해 이용 가구와 개별적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가사활동인의 ‘사용주’로서 책임도 업체가 아니라 개별 가구주가 진다. 시범사업이 정식 사업으로 확대되면 일반 가구가 사람인, 알바천국 등 민간 구인·구직 플랫폼에서 최저임금 아래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직접 뽑는 새로운 채용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곽용희/오유림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