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쿠팡이츠 배달 안해요"…배달대행사들 '보이콧 확산'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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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앱 자체배달 경계
수수료 수익 줄어 줄줄이 도산 "대행시장 침체"
음식점주들은 수수료 낮은 앱 찾아 이동

"배민·쿠팡이츠 자체배달 NO" 보이콧 확산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기 평택 지역 배달대행사인 뉴트랙·생각대로·디플러스 등은 지난 15일부터 해당 지역 배달음식점 업주들에게 배민 자체배달 서비스인 ‘배민1플러스’를 이용할 경우 배달대행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다만 대행사들을 거쳐 배달하는 형태의 가게배달만 이용할 경우 대행업체에 내는 수수료를 500원가량 인하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가령 1.5km 배달시 기본 수수료가 4000원이라면 3500원만 받는 식이다.
이 같은 현상은 비교적 선택할 수 있는 배달대행사 수가 제한적이고 소수 대행업체들이 배달시장을 독점 또는 과점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지방 중심으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앞서 경남 통영에서도 배달대행사들이 배민 자체배달을 이용하는 음식점주에게 배달대행 불가를 선언했고 경기 오산에서도 배민 보이콧에 동참했다. 경남 창원에서는 배달대행업체들이 쿠팡이츠에 서비스를 등록한 음식점에서 들어온 배달을 해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 앱 자체배달을 쓸 경우 음식점주가 중개수수료에 배달팁까지 부담하면서 최소주문금액을 올리지 않으면 남는 게 없다”면서도 “최소주문금액을 높일 경우 손님이 줄어든다. 이를 감안해서라도 배민 등 앱 자체 배달을 이용하자니 배민 내 매출 규모에 따라 중개이용료와 배달비가 차등 적용돼 배달을 많이 받을수록 이익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앱 자체배달 증가에…소멸중인 배달대행시장
배달대행업체들이 배달 앱들의 자체배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는 배달시장에서 대행업체들의 파이가 줄기 때문이다. 배민이나 쿠팡이츠가 자체 배달망을 통한 배달을 강화하면 배달 대행업체로 가는 배달료를 배달 앱들이 흡수하게 된다.이에 따라 음식점주들과 배달 앱 사이에서 중간 배달 단계를 담당하던 대행업체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배달대행 플랫폼의 주 수익원은 배달 한 건당 라이더가 주문 중개 솔루션을 이용하며 지불하는 80원가량의 수수료다. 배민과 쿠팡이츠의 자체 배달 비중이 늘면서 배달대행 플랫폼이 담당하던 주문 건수는 급감했다.
업계에 따르면 배민 보이콧에 나선 평택 내 지역 배달대행업체들만 해도 지난해 기준 배달 콜 수가 절반 이상 줄었다. 상위 배달 대행업체들 실적도 대부분 악화해 손실을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따르면 배달 플랫폼 3사의 영업손실액(2023년 기준)은 △바로고 166억3200만원 △만나플래닛 54억1700만원 △로지올 52억1500만원 등이다. 만나플래닛은 지난해 정산 자금이 바닥나 라이더 출금이 막혔으며 투자자들에겐 지급 불능(디폴트)을 선언했다.
수수료 낮은 배달 플랫폼으로 이동
대형 배달 앱 보이콧뿐 아니라 음식점주들이 배달 수수료가 낮은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최근 서울시는 12개 소상공인 단체 등과 손잡고 공공배달 서비스인 '서울배달+땡겨요' 활성화를 독려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배달+땡겨요의 배달 중개수수료를 2% 이하로 유지하는 동시에 배달 앱 운영사, 자치구, 소상공인 단체, 배달대행사 등과 협력해 가맹점을 확대하고 소비자 혜택을 강화한다.경북 영주에선 음식점주들과 배달대행 지사들이 협력해 공공배달 앱 '먹깨비' 사용을 장려하는 분위기다. 이 지역에선 최근 음식점주 200여명이 단합해 배민 보이콧에 나섰다. 이들은 공공배달 앱 사용을 권장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제작해 내거는 등 소비자들 상대로 자발적인 먹깨비 홍보에 나섰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