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상황서 시장 지배력 더 커진 혁신 브랜드

2025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

한국능률협회컨설팅, 234개 산업군 조사
AI 기술 접목이 브랜드 경쟁력과 직결
LG WHISEN, 당근 AI포스팅 등 눈길

디지털·건강 등 새 시장 개척이 기회로
삼성물산 홈닉·카카오T·카뱅·업비트 첫 1위

시장 성숙기엔 기존 브랜드 확장이 주효
LG·삼성전자·신라스테이 파워 더 강화

"경제 불확실성 속 브랜드 양극화 심화
소비자 중심의 과학적 브랜드 관리 필수"
SK주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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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대표이사 사장 한수희)이 ‘2025년도 제27차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K-BPI)’ 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한다.

올해 K-BPI 조사에서 나타난 주요 특징은 네 가지다.

첫째, 인공지능(AI) 기술 접목이 브랜드 경쟁력과 직결되는 모습이다. 냉장고(삼성 BESPOKE) 에어컨(LG WHISEN) 등 필수 생활가전에 사용자 친화적 AI 기술이 접목된 브랜드들이 소비자 선택을 받았고, 카카오는 오픈AI와, KT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를 맺고 AI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중고거래플랫폼 부문에서 3년 연속 1위로 선정된 당근은 사진만 업로드하면 게시글의 제목과 제품 사양, 적정 가격을 자동으로 게시해주는 AI 포스팅을 도입했다. 뷰티플랫폼 부문에서 7년 연속 1위로 선정된 올리브영은 AI 기술을 통해 맞춤형 상품 구성과 프로모션을 제공한다. 이처럼 다양한 기업이 AI를 활용해 소비자 경험을 최적화하고 선도성을 확보해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둘째, 기업이 차별화가 어려운 시대에 들어서면서 일시적인 유행보다는 메가 트렌드 속에서 답을 찾고 있다. 여러 메가 트렌드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두 가지는 ‘디지털’과 ‘건강’이다.
올해 K-BPI에선 디지털 관련 산업 신규 조사가 진행됐다. 주거생활의 편의를 높여주며 성장하는 홈플랫폼 부문에서는 삼성물산 홈닉(Homeniq)이 처음으로 1위로 선정됐다. 이제는 전통적인 비즈니스를 넘어서 시장에서 강력한 파워를 보여주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모빌리티(택시) 카카오T,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UPbit)도 새로 1위에 올랐다. 기존 시장의 경쟁에서 벗어난 디지털 시장 개척이 브랜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건강 관련 산업에서는 시장이 세분화하는 모습이다. 환자영양식에서 뉴케어(대상웰라이프), 여성유산균에서 락토핏(생유산균 이브)이 신규로 조사돼 1위를 차지했다.
롯데면세점
셋째, 신규 브랜드 출시 대신 확장 전략을 펴고 있다.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새로운 브랜드 출시로 성공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이 많은 예산을 투입해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기보다 기존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그대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가전에서 LG전자와 삼성전자는 비교적 오래전부터 브랜드 확장 전략을 전개하고 있고, 신라호텔은 비즈니스호텔 확장에서 신라스테이로 브랜드 파워를 살렸다. SK는 정유에서 휘발유, 주유소, 엔진오일, 자동차 관리까지 브랜드를 이어가고 있다.
LX Z:IN 창호
마지막으로 올해 조사에선 1위 브랜드의 경쟁력이 상승하며 소비자 신뢰가 1위 브랜드에 집중됐다. 이는 코로나19가 유행이던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최근 불안정한 국제 정세와 경제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됐다. 올해 ‘역전 산업’ 비율은 21개(8.9%)로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역시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경제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더욱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1위 선호 현상’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코웨이 정수기
올해 기업 신년사의 공통 주제는 ‘위기’였다.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강력한 브랜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불황기에는 소비자들이 실패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이미 검증된 브랜드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 상황이 어려울수록 소비자에게 신뢰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한 투자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기 속에서 혁신하는 브랜드만이 위기 이후 시장을 지배하는 1등 브랜드가 될 수 있어서다.
에이스침대
K-BPI는 1999년 첫 조사를 시작한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지표로 자리 잡았다. 소비자 응답을 기반으로 한 K-BPI 데이터를 통해 브랜드의 현 위치를 확인하고 소비자 충성도와 브랜드 연상 요소를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또 주요 경쟁 브랜드와의 비교를 통해 강점과 약점을 보다 확실하게 도출할 수 있다. K-BPI 데이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브랜드에 대한 총체적 인사이트를 얻고 시장 환경 변화에 선제 대응할 수 있다.

이기동 KMAC 사업가치진단본부장은 “올해 조사 결과는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1위 브랜드의 지배력이 강화되며 브랜드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소비자 중심의 실질적 가치 제공과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브랜드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 어떻게 조사했나

올해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K-BPI) 조사는 2024년 10월 초부터 2025년 1월 중순까지 약 3.5개월에 걸쳐 이뤄졌다. 서울 및 6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만 15세 이상 60세 미만 남녀 1만2800명을 대상으로 1 대 1 면접 방식으로 조사했다. 조사 지역과 대상은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기준으로 인구 비례에 따라 배분했다. 시장점유율, 회원·가입자 수, 판매량 등에 따른 브랜드 선별 없이 각 산업에서 인지된 모든 브랜드를 대상으로 소비재 92개, 내구재 54개, 서비스재 86개, 스페셜 이슈 2개 등 총 234개 산업군을 조사했다. 브랜드 자산에 대해 측정할 수 있는 구성 요소인 브랜드 ‘인지도’와 ‘로열티’를 바탕으로 1000점 만점 기준으로 점수를 산출해 산업별 1위를 선정했다.

김지원 기자 jia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