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탄핵 기각에 野 '9전 9패'…정계선 재판관 나홀로 '인용'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한 총리는 즉시 직무에 복귀해 다시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한다. 국회가 작년 12월 27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한 총리 탄핵안을 통과시킨 지 87일 만이다.

헌재는 24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한 총리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기일을 열고 기각 5(재판관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김복형), 각하 2(정형식·조한창), 인용 1(정계선)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

정형식, 조한창 재판관 등 2명은 각하 의견을 냈다. 당초 헌법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재판관들의 의견은 일치하지 않았다.

한 총리의 탄핵소추 사유는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행위'에 대한 공모·묵인·방조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임명 거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공동 국정 운영 시도 △김건희 특검법·채상병 특검법 거부 △내란 상설 특검 임명 회피 등 5가지다.

이번 판결의 주요한 쟁점인 의결정족수와 관련해 헌재는 필요한 의결정족수가 국무위원 기준인 재적 과반(151명 이상)이라고 봤다. '권한대행의 탄핵소추 의결 정족수는 대행되는 공직자(대통령)를 기준으로 한다'고 적힌 주석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국회의 의결은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해 부적법하다"는 한 총리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다만 정형식, 조한창 재판관은 한 총리 측 의견을 받아들여 각하 의견을 냈다.
정계선 헌법재판관/사진=연합뉴스
정계선 헌법재판관/사진=연합뉴스
기각 의견을 낸 헌법재판관 5명은 특별검사 임명 법률안 거부권 행사, 비상계엄 선포 및 내란행위 관련, 공동 국정운영, 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 관련 등 4가지 소추 사유에 대해 한 총리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법 위반이긴 하지만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 지을 수 없어 파면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다만 김복형 재판관은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 역시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개별 의견을 냈다.

인용 의견을 낸 정계선 재판관은 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 국회가 추천한 헌재 재판관 후보자 3명 임명 거부 사유는 헌법 및 법률 위반이며,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사유라고 판단했다.

정계선 재판관은 한 총리가 내란 특검 임명하지 않은 데 대해 사회 혼란 수습을 저해한 것이라고 인용 사유를 밝혔다.

이로써 야당이 주도한 탄핵소추 사건 결과가 '9전 9패'로 나왔다. 민주당은 '줄기각' 성적표를 받게 되면서 탄핵 역풍을 마주하게 됐다.

앞서 지난 2년여간 야당이 밀어붙이고 헌법재판소가 심리에 들어간 탄핵소추 사건은 13건 중 9건이 기각되며 무리한 탄핵 추진이 오히려 내란이라는 여권의 비판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심판 핵심 쟁점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 한 총리가 공모하거나 동조했는지 여부, 특검법 거부권 행사와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거부한 게 파면 사유가 되는지였다.

2명의 재판관이 각하 의견을 낸 것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는 관측을 내놨다. 헌재 결정은 그 시대의 정치적 성향을 담을 수밖에 없다는 것.

일각에서는 한 총리 헌재 선고를 통해 윤 대통령 헌재 판결이 지연되는 이유를 유추해볼 수 있다는 평가를 냈다.

홍준표 대구 시장은 한 총리 탄핵 기각 선고에 "늦었지만 환영한다"면서 "진영논리에 의거한 재판이 될 줄 알았는데 헌법 논리에 충실해서 안심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이 열린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박덕흠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또한 "한 총리의 직무 복귀는 국가원수급 외교를 복원하고 신인도와 관세 통상 전쟁에 시급히 대처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라고 평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명의 재판관이 한 총리 탄핵 정족수를 200명으로 본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 "민주당은 87일간이나 한 대통령 권한대행의 업무를 중지시킨 것에 대해 석고대죄하라"고 촉구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