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 근로자, 두 차례 해고 실패하자…현장직 발령하더니

사무직 해고 2번 실패하자
현장 노무직으로 발령…法 "부당 인사"

대표 ‘업추비 유출’ 이유로 사무직 두 차례 해고
해고 소송 모두 패소하자 골프장 관리직으로
法 “업무 무관…분쟁 때문에 인사 발령"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두 차례 해고에 실패한 근로자를 현장 관리직으로 돌린 회사의 인사 조치는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업무 관련성보다 보복성 성격이 짙은 인사였다고 봤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14부(이상덕 부장판사)는 골프장 업체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지난 20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사는 소속 경리팀장으로 근무하던 차장급 B씨를 2019년 해고했다. B씨가 A사 대표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유출했다는 이유였다. 그해 B씨는 노동위원회 구제를 신청하고 '부당해고' 판정을 받아냈다. 회사 측은 소송전에 돌입했지만, 2021년 12월 법원은 "징계사유가 일부 인정되지만, 징계 수준이 과도하다"며 B씨 측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B씨는 2022년 3월 회사로 복귀했지만 1차 해고와 같은 사유로 직무 정지와 대기발령을 내렸다. A사는 같은 해 5월 "업무추진비 내역을 유출했고, 1차 해고에도 반성하지 않았다"며 재차 해고를 통보했다. 반발한 B씨는 민사소송을 냈고 다음 해 7월 다시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1차 해고 사유를 근거로 다시 해고하는 것은 징계권 남용"이라 판단했다.

B씨가 2023년 8월 회사로 복귀하자, A사는 다시 업무추진비 유출을 문제 삼았다. A사는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리고 골프장 관리직으로 B씨를 발령했다. 차장 직급은 유지됐지만, B씨는 소나무 밑동 절단과 잔디 관리, 낙엽 운반 업무를 맡아야 했다.

B씨는 다시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고, 지노위와 중노위는 모두 B씨의 손을 들어줬다. 경기지노위는 2024년 1월 정직 처분에 대한 구제신청을 기각하면서도 인사발령에 대해서는 인용 판정을 내렸다. 중노위도 같은 해 4월 "인사발령의 업무상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양측은 행정소송에 돌입했다. 회사 측은 "B씨는 경영진을 보좌하는 경리팀장의 업무를 수행하기 부적절해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직급도 유지됐고, 근무 장소도 동일하므로 생활상 불이익이 크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사의 인사발령이 무효라고 보고 근로자 손을 들어줬다. B씨를 골프장 관리직으로 발령한 것은 업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지적이다. 재판부는 "B씨가 그동안 수행한 업무와는 매우 다른 육체노동이고, B씨가 현장 업무에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업무상 필요성보다는 A사와 B씨 간의 분쟁이 인사발령의 원인이 된 것"이라 비판했다.

B씨에게 불이익이 없다던 회사 측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사무직과 현장직의 업무 특성과 강도를 고려하면 B씨에게 현저한 불이익이 있을 것이 명백하다"며 "업무가 바뀐 이상 임금이나 근무 시간이 변동될 가능성이 높은데 불이익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