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탄핵소추, 기각 5인·인용 1인·각하 2인 의견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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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 미임명 위헌…"파면 사유는 아냐"
비상계엄 위헌·위법성 직접 판단은 안 해
탄핵소추 자체는 적법…2인은 각하 의견

헌재는 이날 오전 “국무총리 한덕수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다”고 선고했다.
재판관 8명 중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김복형 등 5명이 기각 의견을 냈고, 김복형 재판관이 별개 의견을 붙였다. 정계선 재판관은 인용 의견을,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각하 의견을 냈다.
5개 소추 사유 중 1개 ‘위헌’ 판단
기각 의견을 낸 5명 중 4명은 △내란 가담·방조·묵인 △김건희·채해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 건의 △내란 상설특검 임명 절차 이행 회피 등 국무총리로서 한 행위 3가지, △헌법재판관 3인 임명 거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공동 국정 운영 시도 등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한 행위 2가지 등 5가지 탄핵소추 사유 중 헌법재판관 미임명 부분의 위법성만 인정했다.이들은 “피청구인은 국회가 선출한 3인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야 할 헌법상 구체적 작위 의무를 부담한다”고 전제한 뒤 “국회로부터 재판관 선출 통지를 받기도 전에 국무회의나 담화문 등을 통해 여·야의 합의를 전제로 재판관을 임명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하는 등 거부 의사를 미리 종국적으로 표시함으로써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청구인의 재판관 임명 거부가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진행하는 헌재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목적 또는 의사에 기인했다고까지 인정할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발견되지 않는다”며 파면 사유는 아니라고 봤다. 재판관들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로 피청구인의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역할과 범위 등에 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청구인의 헌법·법률 위반이 대통령을 통해 간접적으로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26일 국회에서 재판관 선출안이 가결돼 통지된 바로 다음 날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만큼 상당한 기간이 흘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재판관들은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위법성을 직접 판단하지 않았다. 이들은 “피청구인이 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했거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 후 대통령에게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지 않았다는 등의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를 찾을 수 없다”며 한 총리가 계엄을 공모·묵인·방조했다는 국회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용’ 정계선 “특검 후보자 미추천도 위헌”
정계선 재판관은 헌법재판관 미임명의 위헌·위법성, 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 회피 등 2개 사유의 위헌·위법성을 인정하며 인용 의견을 냈다.정 재판관은 특검 임명 절차와 관련, “후보자 추천 의뢰를 지연하면 ‘수사 대상 사건 발생 시 곧바로 특검을 임명해 최대한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사를 보장하기 위한’ 특검법의 제정 이유를 몰각시킬 우려가 있다”며 “‘특검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운영 등에 관한 규칙’ 조항의 위헌성 여부에 대해 헌재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그 위헌성을 미리 예단해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적시했다.
이어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의 직무정지라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국가적 혼란을 신속히 수습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위헌·위법 행위로 인해 논란을 증폭시키고 혼란을 가중시켰다”며 “헌재가 담당하는 정상적 역할과 기능마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만드는 헌법적 위기 상황을 초래하는 등 그 위반의 정도가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하다”고 주장했다.
‘각하’ 정형식·조한창 “탄핵 제도 남용 방지 필요”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한 총리의 탄핵소추안 자체를 각하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절차적 이유로 탄핵소추 자체가 부적법했다는 얘기다.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위가 ‘대통령에 준하는 지위’인 만큼 그에 대한 탄핵소추 요건도 대통령과 같은 국회 재적 의원의 3분의 2로 봐야 한다는 점에서다. 이들은 “탄핵소추의 신중한 행사를 위해 대통령에 대한 가중 의결 정족수를 규정한 헌법 조항 취지에 부합하는 해석”이라고 했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는 대통령의 궐위·사고라는 국가적 비상사태에서 도입되는 체제이며, 이 체제하에서 국가적 혼란 발생의 방지 등을 위해 탄핵 제도의 남용 방지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기각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대통령 권한대행자로서 국무총리는 대통령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지위에 있다”며 탄핵소추안은 본래 지위에 따라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를 충족시키면 된다고 봤다.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재적 의원 192명 찬성으로 통과된 바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