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래에셋, ETF 수수료 삼성의 '100분의1'로 낮춘다

레버리지 인버스 다음달 전격 인하
초고위험 상품 투자자 교육도 강화
수수료 전쟁 2라운드 예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수료를 삼성자산운용의 100분의1로 낮춘다. 초고위험 상품에 대한 투자자 책임을 강화해야한다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뜻에 따른 것이다. 180조원 규모의 국내 ETF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두 업체는 지난 2월에도 미국 S&P500과 나스닥 ETF을 놓고 ‘수수료 전쟁’을 벌인 바 있다.


“초고위험 상품 투자자 교육 강화”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다음달 안에 ‘TIGER 레버리지’ ‘TIGER 코스닥150 레버리지’ ‘TIGER 인버스’ 등 국내 지수를 기반으로한 주요 레버리지, 인버스 ETF들의 운용보수를 대폭 인하할 예정이다.

인하 기준은 업계 1위인 삼성자산운용의 상품들이다. 예를들어 TIGER 레버리지의 보수를 KODEX 레버리지(0.64%)의 100분의 1수준인 0.0064%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는 ETF를 1억원어치 팔았을 때 연간 6400원 정도만 수익으로 들어온다는 뜻이다. 운용비용과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남는 게 없는 수준이다.

미래에셋은 이와함께 홈페이지 등을 통해 레버리지·인버스 ETF 투자의 위험성을 알려 투자자 보호를 강화할 계획이다.

증권가에서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초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된다. 레버리지 ETF는 지수가 오르면 상승률의 두 배가량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하락하면 손실도 두 배로 커진다. 인버스 ETF는 기초지수가 떨어지는 만큼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한 자산운용사 ETF 본부장은 “레버리지·인버스는 일반 ETF보다 보수율이 높고 롤오버(만기 연장) 비용 등이 들어가기 때문에 장기보유하기보다 지수 방향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 단기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평소 주변에 “레버리지나 인버스에 투자해 돈 번 사람이 거의 없는데 이를 통해 운용사가 수익을 챙겨선 안된다”고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이 운용보수 인하와 함께 투자자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사진=한경DB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사진=한경DB

삼성자산운용 ‘캐시카우’ 정조준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미래에셋의 이 같은 움직임이 ‘2차 수수료 전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ETF 시장이 2022년 말 78조원대에서 2년 만에 180조원대로 규모가 급증하면서 운용사 간 점유율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삼성자산운용 KODEX가 시장을 독과점했지만 2020년대 들어 미래에셋 TIGER가 급격히 점유율을 확대했다. 현재 점유율은 삼성자산운용 38.2%, 미래에셋자산운용 34.8%다. 양사 격차는 3%포인트대까지 좁혀졌다.

그중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는 삼성자산운용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시장이다. KODEX 레버리지 시가총액은 2조1986억원으로 TIGER 레버리지(474억원)의 46배에 달한다. KODEX 인버스 시가총액은 5411억원으로 TIGER 인버스(380억원)의 14배가 넘는다.
업계 1, 2위를 다투는 두 회사는 지난달에도 한 차례 미국 대표 지수 ETF 보수 인하 전쟁을 벌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TIGER 미국S&P500’과 ‘TIGER 미국나스닥100’ 총보수를 파격적으로 낮추자 삼성자산운용은 하루 만에 같은 상품 수수료를 더 낮게 책정해 맞불을 놨다.

삼성자산운용 출신인 한 운용사 고위 임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KODEX를 두고 ‘자본시장의 갤럭시’(삼성전자 스마트폰 브랜드)라며 극찬한 적이 있다”며 “그룹 차원에서 1위를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압박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ETF 시장 점유율 3위 자리를 두고 ‘뒤집기’와 ‘버티기’ 경쟁을 벌이는 한국투자신탁운용과 KB자산운용도 수수료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 임원은 “퇴직연금 확대 등으로 ETF 시장 규모와 중요성이 커지자 업계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며 “다른 업체의 ETF 핵심 인력을 빼가려는 인재 확보 경쟁도 뜨겁다”고 덧붙였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