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직접 둘러보고 보증금 1000만원 넣었는데…"누구세요?"
입력
수정
공인중개사協, 부동산 직거래 사기 주의보
도용 아이디로 집주인 사칭…계약금 편취

24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오피스텔 임대업을 하는 박모씨는 최근 보증금 1000만원, 월세 120만원에 내놓은 신축 오피스텔을 한 임차인에게 보여줬다가 사기 사건에 휘말렸다.
매물에 관심이 있다며 연락한 A씨는 박씨에게 "지금 집 앞에 있는데, 번거롭게 나올 것 없이 출입문 비밀번호를 알려주면 직접 보고 가겠다"고 말했다. 비어있는 집이라 박씨는 부담 없이 비밀번호를 알려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박씨에게 비밀번호를 받은 A씨가 직거래 앱에 집주인으로 등록해 '보증금 1000만원, 월세 50만원' 등 시세 반값으로 매물을 올린 것이다.
A씨는 광고를 보고 연락한 청년들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주고는 "내가 멀리 있어 지금은 만날 수 없으니 본계약은 며칠 뒤에 하고, 우선 가계약금 100만원을 보내라"고 말했다.

박씨 오피스텔에서만 이러한 사건이 수 건 발생했다. 박씨는 "출입문에 모르는 사람과 계약 없이 입금해선 안 된다는 직거래 사기 주의 안내문을 붙여놨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피해자 중에는 보증금 1000만원 전액을 입금한 사회초년생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직거래 앱을 이용한 유사 사기가 강동구 고덕동 등 타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매물 1건당 20~30명씩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으니 직거래 앱 사기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남에서는 집주인을 사칭해 직거래 계약서를 작성하고 입주까지 했던 피해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유력 용의자를 특정하고 추적하고 있지만, 이용자가 많은 직거래 앱에서 여러 아이디를 바꿔가며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어 검거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협회는 "매물을 보유한 중개사무소에 공동중개를 하자며 공인중개사를 사칭해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며 "공실이라 하더라도 매물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