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 연임 사실상 확정…"M&A 규제 전면 완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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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수 전 상상인플러스 대표 후보직 사퇴
오 회장 단독 후보…31일 투표서 연임 결정
“중견기업 대출 위해 여신규제 정비”
부실 PF 과제…"올해 2.5조 정리"

24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정 전 대표는 20대 저축은행중앙회장 선거 사퇴 의사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전달했다. 차기 중앙회장 선거는 오 회장과 정 전 대표의 2파전으로 진행 중이었는데, 정 전 대표 사퇴로 오 회장이 단독 후보가 됐다. 저축은행중앙회는 31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아주·하나저축은행 대표 출신인 오 회장은 2022년 최초의 업계 출신 중앙회장으로 당선됐다. 2023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저축은행 업계의 위기 속에서 금융당국, 국회 등과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 회장이 연임하면 명동근 5·6대(1983~1989년) 중앙회장 이후 36년 만에 연임에 성공하는 사례가 된다. 오 회장은 “저축은행 업권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선 업무 공백이 없는 리더십이 이어지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 연임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저축은행 업권이 당면한 최대 과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대출 정리’를 꼽았다. 그는 “저축은행 업권의 PF 대출 규모가 2022년 말 26조원에서 현재 13조원까지 줄었다”며 “올해 2조5000억원가량을 더 줄여 전체 자산의 10% 아래 비중으로 떨어뜨리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또 저축은행 본연의 업무인 서민대출과 관련해선 “저축은행이 제도권 금융의 마지막 보루라는 사명의식으로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방·소형 저축은행이 서민대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중앙회가 신용평가시스템(CSS) 등 인프라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회장은 저축은행 경쟁력 강화 방안을 묻는 질문에 “시장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일어나도록 M&A 규제를 모두 풀어야 한다”고 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수도권 저축은행의 M&A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지만, △자산건전성 4등급 이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11% 이하 등 부실 우려가 있는 저축은행에만 M&A를 조건부로 허용하기로 했다.
당국이 이 같은 저축은행 M&A 규제를 고집하는 건 2011년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이다. 저축은행이 대형화했을 때 불법대출 등으로 파산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크다는 것이다.
오 회장은 “M&A 규제를 푼 뒤 문제 있는 대주주는 금융당국의 적격성 심사를 통해 시장에서 퇴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축은행을 갖고 있는 개인 오너 중에선 회사를 매각하고 싶지만 규제 탓에 팔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자본력과 맨파워를 갖춘 사람이 시장에 진입해서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 회장은 현재 △서울 △인천·경기 △부산·경남 △대구·경북·강원 △호남 △충청 등 6개로 나눠져 있는 영업구역도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도권에 대출 87%가 쏠리는 상황에서 나머지 13%를 두고 4개의 지방 영업구역이 나눠 갖는 상황”이라며 “지방 저축은행은 의무여신비율 규제 때문에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안으로 “4개 권역을 모두 묶어 비수도권 전체에 대해 40% 이상 대출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견기업 대출에 대해서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오 회장 설명이다. 그는 “저축은행이 중견기업에 대출할 경우 지역 여신비율에서 인정을 못 받는다”며 “중견기업 대출도 지역 여신으로 인정해주면 저축은행이 지방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