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과학 기술이 앞서가는 이유 [조평규의 중국 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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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주도의 영향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 경쟁은 물밑에서 치열하게 진행돼 왔습니다. 세계는 딥시크의 출시로 중국의 실력을 별안간 알게 됐을 뿐입니다. 딥시크의 성공은 단순한 모방을 넘어 독자적인 혁신을 추구하는 새로운 단계에 중국이 진입했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중국 과학기술 굴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과거 미국이 중국의 과학기술을 고립시키려는 전략을 펴자, 중국은 2013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과학기술부를 개편하고 과학기술 자립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중국은 과기정책 분야 거버넌스도 명확히 하며 흔들림 없이 기술 자력갱생을 꾸준히 추진해 왔습니다.
미국이 명목상 연구개발비에서 중국을 앞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통화가치나 물가수준을 감안한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바꾸면 중국은 미국에 뒤지지 않습니다. 중국의 과학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 지출은 최근 20년간 20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중국, 과학기술 R&D에 600조원 쏟아
중국은 약 600조원(2022년 기준)에 달하는 R&D 투자에서 기초연구 비중을 15%까지 확대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매칭 펀드 의무화를 통해 지역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등 과학기술 정책의 개혁을 지속해 오고 있습니다.중국은 대형 연구과제의 연구책임자(PI)를 절반 이상 40세 이하로 채워야 하는 '젊은 인재 의무 할당제'를 도입했습니다. 논문의 평가도 양(量) 아닌 피인용(Citation) 중심의 질적 평가로 전환했습니다. 중국은 기술 관련 유명 저널에 실린 숫자나 인용 횟수 등 논문의 질적 수준은 종합 평가에서 줄곧 미국에 이어 2등이었는데, 2023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1등으로 올라섰습니다.
중국이 빠른 기간 안에 미국과 대등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의 인재 존중, 장려금과 포상 그리고 과학 교육 덕분입니다. 정부의 과감한 연구 지원금에다가 미국 등 선진국의 영향력 있는 저널에 논문이 실리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엄청난 내부 경쟁 생태계가 구축된 것이 강점입니다.
중국 공산당은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가 중국발전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중앙정치국원까지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공부합니다. 이 같은 집체 학습을 통하여 쟁점이 되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양자 기술, 디지털 경제, 핵융합, 원자력, 바이오, 기초 연구 분야에 대한 최고의 정보가 제공되고 미래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스타트업 성지 항저우(杭州)와 저장대(浙江大)
딥시크를 개발한 량원펑(梁文鋒)이 다닌 저장대학교는 중국대학 탑 5위 안에 드는 중국의 과학기술과 창업을 대표하는 대학입니다. 1897년 설립된 저장대학교는 과학과 창업에 특화된 연구중심 대학입니다. 학생 숫자만 6만7000여 명으로 학부생보다 석·박사생의 숫자가 더 많습니다. 저장대학교 내 중국의 과학기술 관련 연구소만 해도 현재 183개에 이릅니다.저장대가 학생이나 교수에게 연구한 결과를 상업화하도록 장려하고, 실수를 관용하며 책임을 심하게 묻지 않는 기업가정신이 철저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사회주의에서는 놀라운 일입니다.
저장대의 롤모델은 창업과 기술의 성지로 알려진 미국 실리콘 밸리의 스탠퍼드대학입니다. 자산 규모가 1조원을 넘는 중국 부자 중에서 이 대학 출신이 가장 많습니다. 항저우가 중국의 실리콘 밸리로 부상하게 된 것은 비교적 정치적 영향력이 적고 자유로운 창업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내 연구개발비 삭감 정책이 중국에는 오히려 좋은 환경을 조성해 주고 있는 듯합니다. 미국에서 연구비 지원이 끊길 경우 실력과 재능을 가진 연구원들은 중국에서 기회를 찾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습니다. 중국은 미국에서 기술을 익힌 유학생이나 연구원에게 다양한 인센티브로 유혹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인재 유실은 중국의 이익과 곧바로 연결됩니다. 중국 최고의 대학이나 기업들은 미국에서 온 박사 난민들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교육·과학·기술 분야 인재 육성의 통합적 추진 체계를 구축하고, 교육의 국제화 전략을 실행하며, 대학의 전공 신설이나 퇴출도 국가 전략에 맞춰 조정하는 나라입니다.
국가 경쟁력은 인재에서 나옵니다. 영재를 특별 대우하며 그의 재능을 키워 국부를 키우는 나라와 공정을 이유로 영재를 범재로 만들거나 외국으로 내모는 교육시스템을 가진 나라 중 어느 곳의 성장 가능성이 클까요?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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