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리오사AI, 메타에 안 판다…"투자 유치해 독자 AI칩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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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1748억원 인수 제안 거절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퓨리오사AI가 메타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가 최근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회사 매각보다 독자 성장의 실익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투자금 유치에 '숨통'
24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이날 메타와 인수 협상을 하지 않는다고 사내 공지했다. 메타에도 매각 거절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는 지난해 12월 퓨리오사AI와 지분 인수 논의를 시작했다. 메타가 퓨리오사AI의 2세대 AI 반도체 ‘레니게이드’(RNGD)를 시험 삼아 써본 뒤 퓨리오사AI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퓨리오사AI에 투자한 벤처캐피털(VC)의 관계자는 “현재 퓨리오사AI의 기업 가치는 8000억원 수준인데 메타의 인수 제안가는 8억달러(약 1조1748억원)였다”며 “백 대표가 4000억원 정도를 포기할 만큼 회사 성장에 자신이 있다고 기존 투자사에 설명했다”고 말했다.
퓨리오사AI는 LG AI연구원,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 등 국내외 기업과 레니게이드 성능 테스트를 하고 있다. 테스트 결과가 좋아 일부 고객사는 레니게이드 대량 구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니게이드는 AI의 추론 기능에 특화된 제품이다. AI 학습엔 대규모 연산이 가능한 칩이 필요한 데 비해 기존에 학습한 패턴을 활용하는 추론에 쓰이는 칩은 속도와 경량화가 생명이다.
퓨리오사AI 관계자는 “성능만 보면 엔비디아 H100의 절반 정도지만 전기 사용량은 4분의 1 수준으로 효율성이 두 배”라며 “전체 시스템을 구축하는 비용은 엔비디아 제품의 50%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퓨리오사AI가 투자금 유치로 숨통이 트인 것도 인수 협상 결렬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퓨리오사AI는 산업은행으로부터 300억원 규모의 투자의향서(LOI)를 받는 등 7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타의 인수 검토 소식이 알려지기 전 퓨리오사AI는 투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퓨리오사AI가 독자 성장을 택하면서 국내 AI 반도체 기업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