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무산' 이수페타시스·제이오, 결국 소송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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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오 "계약금 158억 못돌려줘"반도체 인쇄회로기판(PCB) 업체 이수페타시스와 2차전지 업체 제이오가 소송전을 벌인다. 인수합병(M&A) 계약금 158억원의 반환 여부를 놓고서다. 주가는 두 회사 모두 하락세다.
영업 손실 손해배상 청구도 추진

소송전의 발단은 작년 11월 이수페타시스가 본업과 관련 없는 제이오 인수를 추진한 일이다. 인수 자금과 설비 투자를 합해 5500억원의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공시하자 소액주주 반발이 거셌다. 더구나 휴일 전날 저녁의 ‘올빼미 공시’였다.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강하게 요구하자 이수페타시스는 지난 1월 M&A를 철회했다. 증자 규모 역시 설비 투자 목적으로 절반 정도만 진행하기로 했다. 현재 1차 발행가액(3만3500원)이 확정돼 있다. 3400억원 규모다.
법조계에선 이수페타시스가 계약금을 돌려받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수페타시스는 M&A 철회 당시 “매도인의 의무 불이행으로 계약상 해제 사유가 발생했다”며 강득주 대표를 비롯한 제이오 측에 책임을 돌렸다. 실사 과정에서 제이오가 일부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제이오는 “(우리 측엔) 어떤 잘못도 없다”며 “일방적 주장”이라고 맞섰다.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주택담보대출로 아파트를 매입하기로 해놓고 대출이 안 나온 상황”이라며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반려를 감안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지 않은 이상 (이수페타시스의) 계약금 반환 주장이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도 해당 금액을 잠재적 손실로 보는 시선이 많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수페타시스의 올해 예상 순이익이 1200억원 정도여서 기업 부담이 작지는 않다”면서도 “주주 반발이 컸던 만큼 M&A는 뒤로하고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른 인공지능(AI) 가속기에 집중하는 게 주가에 유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수페타시스는 이날 공시에서 “(제이오에서) 아직 소장을 받지 못했다”며 “구체적 상황이 확인되면 추가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수페타시스 주가는 이날 4.65% 하락한 3만7950원에 마감했다. 지난 6일 이후 가장 많이 떨어졌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