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도 불분명한 괴롭힘 익명신고, 조사해야 하나요?
입력
수정
한경 CHO Insight
행복한일 노무법인의 '직장내 괴롭힘 AtoZ'

신고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면, 자세한 사건 경위를 구체적으로 청취할 수 있겠으나, 익명신고된 건이어서 신고 내용 외에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없습니다. 부서는 여러 팀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구성원 숫자는 총 29명입니다. 고충처리 담당자는 전략기획부서가 유독 연장근로를 많이 하는 부서로 최근 부서원들이 힘들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났습니다. 그러나, 피해자를 특정할 수도 없고 구체적이지 않은 신고에 대해서도 직장 내 괴롭힘 사건조사를 진행할 의무가 있을까요?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신고할 수 있어
우선, 이 사례에서는 익명신고를 공식적인 신고로 보아야 하는지가 검토되어야 합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1항에서는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문에 따르면 누구에게나 괴롭힘 신고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신고의 방법에도 제한이 없습니다. 그러니 예외 규정은 없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따라서 피해자이든 목격자이든 퇴직자나 외부인이든 신고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는 익명으로 신고되었다고 하더라도 유효한 신고로 볼 수 있습니다.
#신고 접수 땐 지체 없이 조사 실시해야
한편,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2항에서는 ‘사용자는 제1항에 따른 신고를 접수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그 사실 확인을 위하여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익명 신고도 당연히 지체 없이 조사를 실시할 의무가 사용자에게 부과됩니다. 신고 내용이 부실하다고 해서 조사를 실시하지 않을 권한을 사용자가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위의 사례와 같이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실무적으로 어떻게 조사를 진행할 수 있을까요?
#익명신고, 피해자에 대한 상담부터 진행
익명신고를 포함한 제3자 신고는 피해자에 대해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해자가 신고인이라면, 기본적으로 사건 조사를 희망한다고 볼 수 있으나, 신고자가 제3자이고, 피해자가 따로 있을 때에는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직장 내 괴롭힘 행위는 금지되는 행위이므로 조직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의사에 관계없이 사건조사를 무조건 진행하는 것으로 원칙을 세울 수는 있으나, 피해자가 조사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가장 중요한 피해자 진술에서 기대되는 사실관계의 입증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모든 조직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제3자 신고에서는 정식 조사 전에 피해자 상담을 진행하고, 실제 피해가 발생하였고, 피해자가 사건조사를 원하는 경우 객관적으로 사실 조사를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위의 사례에서는 특정된 피해자가 없는데, 이 때는 조사절차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요?
전체 부서원 대상 조사는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인력도 많이 투입되는 반면 조사 실익이 없을 수 있기 때문에 실시하지 않습니다. 대신 피해자로 추정되는 사람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여 피해자를 발굴하는 방식을 많이 취합니다.
사례에서 상담 대상자를 선정한다면 연장근로를 많이 하는 사람, 부장과 접촉면이 많은 하급자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또 각 팀 별로 1명씩은 상담 대상자에 포함시켜 익명 신고 내용을 안내하고, 그 내용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가 없는지를 확인하는 상담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여러 명과의 상담으로도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조사를 실시할만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는 조사 의무를 온전히 부담했다고 해석됩니다.
#신고제도에 대한 사전점검도 중요
익명신고를 포함한 제3자 신고는 신고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신고 시 “신고의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거나 당사자에 대한 파악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사건의 조사 및 행위자에 대한 조치가 어려울 수도 있다”라는 점을 사전에 안내하거나 “피해자와 행위자, 피해의 내용 등을 필수기재사항으로 체크”하여 신고할 수 있도록 하거나 신고서 양식을 정형화시킬 필요도 있습니다.
민대숙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부대표·공인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