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안법 위반 없었다면 중대재해 처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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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논란이 계속되는 내용 중 ‘2단계 인과관계’, 즉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매개되지 않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이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반드시 매개되어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까지 판결이 선고된 사안들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매개된 사안들이고, 수사실무에서도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보건 조치의무 위반을 먼저 입증하여 의무 불이행 내용을 확정한 후, 위 안전보건 조치 불이행의 원인이 된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특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즉, 경영책임자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의무 위반을 전제로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수사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의 수사는 일련의 절차로 진행될 수 밖에 없는 불가분에 관계에 있다(대검찰청, 중대재해처벌법 벌칙해설).
검찰과 법원도 기본적으로는 중대산업재해의 발생과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의무 사이의 직접적 인과관계와 더불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의무와 경영책임자등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사이의 2차적 인과관계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의 관리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므로 비록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의무로 열거된 사항은 이행되었다 하더라도, 그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의 구조적 원인이 안전보건 확보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것일 수 있는 바, 이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중대산업재해와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사이의 인과 관계를 직접 검토하여야 한다(사법정책연구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재판 실무상 쟁점). 따라서 반드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이 매개되어야만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이행하였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서 정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구 산업안전보건법 및 같은 법 시행규칙에 근거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안전보건규칙’이라 한다)의 개별 조항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해당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토대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안전·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 사업장의 규모와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성격 및 이에 내재되어 있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안전·보건상 위험의 내용, 산업재해의 발생 빈도, 안전·보건조치에 필요한 기술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규범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해당 안전보건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안전보건규칙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 특히 해당 산업현장에서 동종의 산업재해가 이미 발생하였던 경우에는 사업주가 충분한 보완대책을 강구함으로써 산업재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안전보건규칙에서 정하는 각종 예방 조치를 성실히 이행하였는지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고 판시하여 안전보건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더라도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하면 안전보건규칙 위반이라고 설시하였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0도3996 판결). 이 판결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이행 여부를 해석함에 있어 참고할 만한 판결이다.
최근 중대재해 판결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점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해당 기계설비가 사고 장소에 배치되어 가동되고 있다는 사실과 기계설비에 덮개가 설치되지 않은 상태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일 뿐, 피고인이 위와 같이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기계설비를 가동하여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음에도 이를 방치하였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의 점에 대해서는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하였다며 유죄를 선고하였다(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23고단1983 판결).
위 판결은 피고인의 고의가 없다는 사유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무죄가 선고된 것이고, 위 사법정책연구원 해설서 기재와 같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의무로 열거된 사항은 이행되었으나, 그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아니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의 점에 대해서 유죄가 선고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판결이다.
물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만으로 경영책임자를 처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 규정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하여 중대재해에 이르게 한 경우 처벌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위 법원의 입장 등을 종합하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하기 위해서 반드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해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진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