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리더 vs 무책임한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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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휴넷과 함께하는 리더십 여행

그러나 리더의 솔직한 태도가 언제나 리더의 덕목이 된다고 할 수 있을까?
#벨포트의 연설: 신뢰를 얻는 솔직함 vs. 배신감을 주는 솔직함
영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13)'에서 조던 벨포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는 불법 주식 거래와 사기 혐의로 FBI 수사를 받고 회사(스트래튼 오크몬트)를 떠나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직원들 앞에서 그는 '내가 실수했다. 나도 사람이니까'라며 솔직하게 실수를 인정하고 '회사를 위한 최선의 길'이라는 이유로 회사를 떠나려 한다. 그러나 돌연 '하지만 난 떠날 수 없고, 여러분을 떠날 수 없다'며 퇴진 의사를 번복한다. 이어 '난 이 회사를 사랑한다. 우리는 가족이며, 내가 떠나면 이곳은 더 이상 스트래튼 오크몬트가 아니다' '나는 너희를 위해 싸울 것'이라는 태도로 직원들을 고무시킨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태도와 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에 감동한 직원들은 열광적으로 환호하며 다시 그를 따른다. 그러나 이러한 벨포트의 연설 효과는 오래가지 못한다. 그의 연설은 구성원들의 감정을 움직였으나 이는 회사를 책임지기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해 회사를 떠나지 않으려는 변명에 불과했다. 궁극적으로 그는 실수를 인정하는 데 그쳤을 뿐, 실질적인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 사례는 리더의 솔직함이 구성원의 신뢰를 얻을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오히려 배신감을 줄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리더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것, 구성원과 '같은 입장'임을 강조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되 리더로서 문제해결 의지를 보여주는 솔직함은 신뢰를 준다. 그러나 그 솔직함이 '나는 잘못이 없다'는 것을 설득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거나,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이용될 때는 조직에 독이 된다.
#리더의 취약성 공유와 책임 회피
리더의 취약성 공유는 신뢰 구축에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이는 책임 회피와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성 있는 소통’과 ‘리더로서의 책임 회피’를 구분하지 않을 경우,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불필요한 실망을 초래하거나 오히려 필요 이상의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진정성 있는 소통은 리더가 적절하게 자신의 취약성을 공유함으로써 조직의 신뢰를 높이고 성장을 촉진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소통의 가장 큰 특징은 문제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리더는 자기 방어가 아닌 해결책 모색을 목적으로 자신의 취약점을 드러내며, 실수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함으로써 구성원들이 상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이 과정에서 리더와 구성원 사이에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협력적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뉴질랜드 총리 저신다 아던의 사례는 이러한 진정성 있는 소통의 좋은 예시다. 당시 아던은 뉴질랜드 정부가 모든 정답을 알고 있지 않음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우리가 맞닥뜨린 이 위기는 누구에게도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아던은 이후 정기적인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통해 국민과 직접 소통했고, 불확실성을 투명하게 공유하면서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명확히 했다. 그 결과 뉴질랜드는 초기 팬데믹 대응에서 효과적인 성공을 거두었고, 아던의 리더십은 높은 신뢰를 받았다.
반면, 리더가 자기 방어를 목적으로 자신의 취약점이나 한계를 공유하는 경우 이는 책임 회피에 가까운 부적절한 소통이 된다. ‘이건 상부에서 내려온 지시라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저도 힘들어요’, ‘솔직히 저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와 같은 언급은 문제해결에 대한 책임이 명확하지 않고, 리더로서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구성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전형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솔직함은 구성원이 리더의 무능력에 좌절감을 느끼게 하고, 조직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
#적절한 취약성 공유의 원칙
리더가 모든 실수를 솔직히 인정한다고 해서 구성원들이 이를 무조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솔직함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식으로 솔직해야 하는가’이며, 때로는 ‘단호함’과 ‘책임감’이 신뢰를 얻는데 더 효과적인 수단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리더의 솔직함은 감정적 호소가 아닌 해결책을 함께 찾는 방향으로 발휘되어야 한다. ‘나도 힘들다’라고 할 것이 아니라, 리더로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되 자포자기식이 아닌, ‘내가 부족했던 부분을 이렇게 보완하겠다’는 소통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리더는 구성원이 자신의 어떤 점에 실망하고 불신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리더가 잘못된 의사결정을 했거나 불공정한 행위를 했다면 그 부분을 솔직히 인정하고 개선을 약속해야 한다. 그러나 조직의 원칙과 방향성에 부합하는 의사결정에 대해 구성원이 실망하거나 변화를 거부하는 상황이라면 리더의 취약성 공유가 오히려 조직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조직의 의사결정이 모든 구성원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리더는 조직 전체의 방향성을 위해 내린 결정에 대해 흔들리지 않고 원칙을 지켜야 한다.
단기적인 불만과 저항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여 ‘저도 사실 이 결정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라는 식의 커뮤니케이션은 조직의 혼란을 초래하고, 리더의 책임 회피로 비춰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단호한 결단을 내리고, 리더로서 한계를 드러내기보다 결정의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여 구성원들의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소통 전략이 더 효과적이다.
#솔직함을 넘어 신뢰를 만드는 리더십으로
리더의 솔직함은 양날의 검과 같다. 진정성 있게 활용될 때는 구성원과의 신뢰를 강화하고 조직의 결속력을 높이는 강력한 도구가 되지만, 책임 회피나 자기방어의 수단으로 사용될 때는 오히려 조직에 해를 끼칠 수 있다. 따라서 리더의 솔직함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조직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수단으로써 전략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솔직함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황을 정확히 읽는 능력이 필요하다. 리더는 구성원의 모든 불만을 반드시 다 수용할 필요가 없으며, 때로는 조직의 원칙과 방향을 지키는 단호함을 보여야 한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의 실망을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야 할 상황에서는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반대로 조직의 장기적 이익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에 대해서는 흔들림 없는 원칙을 고수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리더의 솔직함은 문제를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문제해결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불확실성을 인정하되 그 속에서 방향을 제시하고, 한계를 공유하되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함께 제시할 때, 리더의 솔직함은 단순한 감정 공유를 넘어 조직의 변화와 성장을 이끄는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옥민혜 휴넷리더십센터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