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 영웅의 대변신…"韓체육 살릴 한판 승부 지켜봐주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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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4개월 맞은 하형주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올해 체육 진흥에 1.3조 지원
"엘리트 스포츠 다시 살려야"
스포츠 재활 전문병원 설립 추진

27일 코엑스서 스포엑스 주최
하형주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오는 27일 열리는 서울국제스포츠레저산업전(스포엑스)을 미래 세대가 스포츠를 통해 더 큰 꿈을 꾸는 장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제공
하형주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오는 27일 열리는 서울국제스포츠레저산업전(스포엑스)을 미래 세대가 스포츠를 통해 더 큰 꿈을 꾸는 장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제공
지난해 11월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취임식. 단상에 오르던 하형주 이사장(62)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 유도 95㎏급 결승전을 앞두고 매트로 향하던 순간을 떠올렸다고 했다. 매 걸음 호흡을 조절하며 지나온 훈련을 돌이켜봤고,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시간을 보냈다”는 자신감으로 대한민국 유도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체육 재정의 98%를 책임지는 ‘젖줄’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수장으로 나서며 그때를 떠올린 것도 그래서다. 하 이사장은 24일 “지난 40년간 체육인이자 교수, 행정가로서 사명감을 갖고 일해온 저에게 서울올림픽 정신을 계승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숙명과도 같은 곳”이라며 “국민들께 올림픽 금메달의 영광을 돌려드릴 ‘한판 승부’를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하 이사장은 대한민국의 올림픽 영웅 1세대다. 1984년 LA올림픽 때 강호들을 줄줄이 꺾고 금메달을 거머쥔 직후 “어무이, 내 보이나? 이제 고생 끝났심더”라고 말하던 그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진한 감동과 자신감을 안겼다. 이후 동아대 교수, 부산시의원 등을 거친 그는 지난해 말 ‘대한민국 스포츠 영웅’에도 헌액됐다.

취임 넉 달째, 하 이사장은 “숨 돌릴 틈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공단의 결정 하나하나가 한국 체육과 국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다. 공단은 1988년 서울올림픽 잉여금 3521억원을 기반 삼아 1989년 문을 열었다. 설립 이후 매년 조성한 체육진흥기금 누적액은 19조원, 올해는 체육진흥기금 사업비 1조6153억원 중 체육 분야 보조금으로 총 1조3215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그는 “상임감사로 1년4개월간 근무한 덕에 업무 공백은 없지만 결정권자의 책임감이 20배는 되는 것 같다”며 웃었다.

과감한 추진력은 벌써 성과를 내고 있다. 그중 하나가 그동안 외주를 주던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사업의 직영 전환을 위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이다. 취임 첫날부터 국회를 찾아 기금 안정화 방안을 설명한 그의 열정 덕분에 오는 7월 1일부터 공단 자회사에서 체육진흥투표권 발행 사업을 한다.

엘리트 체육 진흥에도 각별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하 이사장은 “서울올림픽의 성공은 경제적인 성장과 국민 의식 수준을 크게 끌어올렸다”며 “엘리트 체육이 무너진 지금, 다시 스포츠가 국민에게 힘이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기 내 꼭 이루고 싶은 과제로 ‘스포츠 재활 전문병원’ 설립 추진을 꼽은 것도 그래서다. 그는 “소방·경찰 전문 병원같이 체육인이 전문적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설립하겠다”고 다짐했다.

27일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나흘간 열리는 ‘2025 서울국제스포츠레저산업전’(스포엑스)은 하 이사장이 취임 이후 진행하는 첫 사업이다. 올해로 25년째를 맞는 한국 최대 스포츠산업 전시인 스포엑스는 국내외 스포츠 기업의 최첨단 기술 전시를 비롯해 스포츠 기업·단체의 채용박람회, 투자 상담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조수영/서재원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