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모펀드의 빛과 그림자

이준행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사모펀드는 도입 초기 자본시장 효율성을 높이는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받았다. 하지만 론스타 먹튀 논란 이후 분위기가 바뀌며 대형 토종 사모펀드 출현에 다시 기대를 걸었다.

실제로 사모펀드는 일정 부분 긍정적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가 있긴 하다. 하지만 선진국에서 나타난 부정적 사례들이 국내에서 발생하며 규제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최근 불거진 MBK 사태로 인해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바이아웃 펀드는 인수금융을 활용한 차입매수(LBO)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나, 과도한 차입과 단기 수익 극대화는 기업의 재무 안정성을 훼손하고 장기적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1980년대 미국 칼 아이컨의 트랜스월드항공(TWA) 인수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심각한 폐해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자산 매각 후 파산에 이르렀고 기업 가치 파괴 등 부작용을 야기했다. 결국 미국은 적대적 M&A를 제한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경영권 방어 수단을 개발했다. 국내에서도 LBO 성공 사례가 있지만, 최근 홈플러스 투자 사례는 과도한 차입 후 자산 매각, 경쟁력 약화로 회생 절차까지 논의되는 등 문제점을 드러냈다. 딜라이브, 네파 등의 사례 역시 MBK 투자 방식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최근 MBK의 고려아연 공개매수는 기간산업 경영권 분쟁 이슈를 촉발했다. 기간산업의 경영 안정성을 해치는 개입은 신중해야 한다. 대주주 간 분쟁 개입이 기업 밸류업에 기여한다면 허용될 수도 있겠지만 경영 안정성을 해치고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명분이 약한 개입은 자제해야 한다. 특히 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MBK는 고려아연 인수전에서 높은 프리미엄을 제시했지만, 차입 이자 비용을 감안할 때 경영권 매각 없이는 수익 확보가 어렵다는 의문이 제기된다. 국내 매각이 어렵다면 중국 매각 가능성이 있지만 정부 승인이 필요하며, 자산 매각이나 차입 후 배당은 고려아연의 부채 증가 및 미래 투자 위축을 초래해 기업 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모펀드는 적대적 M&A보다는 기업 밸류업에 기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지배주주 독단 경영 기업의 경영 효율화에 활용되거나 기업 가치 제고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 환원율 제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현행 금산분리 규제가 사모펀드에 적용되지 않아 금융 자본의 산업 지배 우려가 있고 주요 선진국도 사모펀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고려아연은 핵심 광물 공급망의 중요성에 따라 해외 매각 시 기술 유출 우려가 크며, 이는 국내 적대적 M&A 방어 체계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모펀드의 순기능을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