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외국인 가사도우미 성공, 디테일이 관건이다

저임금 받고 유학생이 일할까
외국인 관리·감독 문제도 우려

곽용희 경제부 기자
“새로운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이 실패하지 않으려면 제도를 세밀하게 설계해야 합니다.”

민간 인력 송출업체 대표 A씨는 서울시와 법무부가 지난 23일 발표한 ‘외국인 가사 활동인’ 시범사업에 대해 “성공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이렇게 평가했다.

이 사업은 서울에서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일반 가정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서울에 거주하는 성인 외국인 중 유학생, 유학 졸업생, 결혼 이민자 가족 등을 가사도우미로 활용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서울시가 지난해 9월부터 시행 중인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과 비교하면 최저임금 제도를 적용받지 않아 서비스 이용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할 것으로 기대된다. 당초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운 서울시가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으로 방향을 튼 것도 일부 고소득층만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쓴다는 비판 여론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와 서울시는 최저임금제도를 적용받지 않는 국내 체류 외국인이 국내 가사관리사 고용 시장에 들어오면 돌봄 서비스 이용요금이 낮아지고 서비스 질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대상으로 거론되는 국내 체류 외국인은 8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정부의 장밋빛 기대가 실현될지에 대해 민간 인력업체들은 고개를 갸웃한다. 우선 최저임금이 보장되지 않는 가사관리사 취업 시장에 고급 인력이 들어올지 여부가 불확실하다. 인력 공급이 많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벌써 업계에선 유학생들이 최저임금이 보장되는 서비스 업종 대신 가사관리사를 선택하게 하려면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관리 감독 문제도 가볍게 넘겨볼 수 없는 문제다. 일반인들이 외국인 유학생을 가사관리사로 직접 고용할 경우 근무 태만이나 서비스 불만, 임금체불 등 갈등을 알아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사사용인’ 고용을 놓고 법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원은 대체로 ‘입주 파출부’에 대해선 사적 계약으로 인정하지만, 그 외 근로 형태에선 근로기준법의 예외로 두는 걸 부정적으로 보고 있어서다. 법원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뒤늦게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근로자로 인정한다면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정부는 오는 6월부터 서울 지역에서 양질의 유학생들이 외국인 가사도우미로 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시범사업이 정부 취지대로 안착하기 위해선 민간이 우려하는 여러 부작용을 사전에 세세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