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해소제로 파킨슨병 치료…피코엔텍, 임상시험 나섰다

키스립, 체내 알데히드 제거
몸 뒤틀림 없애고 손떨림 완화
하반기 정식 임상결과 도출
숙취해소제 ‘키스립’으로 이름을 알린 피코엔텍이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사로 변신했다.

24일 경기 성남 시흥동 본사에서 만난 권흥택 피코엔텍 대표(사진)는 “국내 최초로 건강기능식품을 파킨슨병 치료제로 쓰는 임상에 돌입했다”며 “올 하반기 임상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코엔텍이 파킨슨병에서 가능성을 확인하게 된 건 2년 전 회사 매출이 급증하면서부터다. 숙취해소제로 2022년까지 연 5억원 내외의 매출을 올리다가 2023년 21억원, 지난해 63억원(잠정)으로 매출이 수직 상승했다. 파킨슨병 환자들 사이에서 손떨림 현상을 완화하는 데 키스립이 도움이 된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다.

2003년 퇴행성 뇌질환 분야 석학인 장진우 당시 연세대 의대 교수의 주도로 세브란스병원에서 한 예비 임상에서 복용 석 달 만에 환자의 손떨림 현상이 35% 줄어드는 효과를 확인했다. 권 대표는 “중증 파킨슨병 환자가 3~4개월 만에 몸 뒤틀림 현상이 사라지고 간병인의 부축을 받을 필요 없이 워커(보행 보조기)의 도움으로 스스로 걸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식 임상은 지난해 고려대안암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장 교수가 총 4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정식 임상에서는 환자의 뇌 변화를 세부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뇌 영상 촬영도 한다. 최근 임상 계획을 확정한 뒤 환자를 모집하고 있다.

피코엔텍의 핵심 기술은 알데히드를 제거하는 효소 등이 함유된 효모 ‘아크(ARC)’에 있다. 파킨슨병은 뇌의 도파민 세포가 점차 줄어들며 나타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파킨슨병 환자는 손떨림, 근육 강직 등 운동장애를 겪는다. 권 대표는 “뇌 안에서 도파민이 제 역할을 다하고 몸 밖으로 빠져나갈 때 네 가지 형태의 알데히드가 형성된다”며 “나이가 들어 알데히드 분해 효소 기능이 떨어지면 알데히드가 쌓여 몸 안에서 도파민을 만들지 않는다”고 했다.

피코엔텍은 지난해 8월 동구바이오제약으로부터 12억원을 투자받았다. 대부분의 자금은 임상에 투입할 계획이다. 권 대표는 “생산 기반을 갖춘 동구바이오제약과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